1. 투자의 전제 조건, 돈이 무엇인지 알기
종이쪼가리는 어떻게 돈이 되었나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금융, 이제 언니가 가르쳐 주겠다. 먼저 돈의 역사와 금융 시스템이다. 이번 장은 투자 노하우라면서 웬 돈의 역사에 금융 시스템이냐고? 금융 문맹에서 탈출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니까.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이 아니다. 제아무리 좋아봐야 비쌀 때 사서 쌀 때 팔면 말짱 도루묵이다. 맞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타이밍을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 경기변동 사이클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하고, 또 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금융전반에 대해 이해해야 투자를 해도 실패를 안 할 수 있다. 실패하지 않는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큰 투자 노하우다.
그래서 언니는 사람들이 "뭐가 수익률이 제일 높아요? 어떤 걸 사야 해요?" 하고 물을 때마다 갑갑해 돌아가시겠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니까.
이번 장은 그래서 학구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용이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겁은 내지 마시라. 꼼꼼히 읽고, 다시 한번 읽으면 다 이해된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면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봐라, 언니가 추천하는 영상이고, 지금부터 설명할 돈의 역사와 금융 시스템도 그 다큐를 참고해 쓰였다.
자, 그럼 돈은 대체 무엇일까?
옛날 옛적, 돌도끼로 멧돼지를 때려잡던 시절, 우리는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물교환을 했다. 하지만 서로 원하는 것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물물교환이 쉽지 않자, 사람들은 뭔가 물건을 교환하는 단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화폐다. 처음에는 조개껍질, 소꼬리, 돌멩이 등을 사용했지만 교환하는 단위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보관의 문제도 있다 보니 사람들은 또 고민을 시작했다. 크기도 균일하고 보관하기에도 편리한 뭔가가 없을까?
그렇게 고민하다 찾아낸 것이 바로 금화, 은화다. 금과 은은 물러서 세공하기 좋았고 사람들은 금과 은을 동일한 크기의 동전으로 만들어 화폐로 사용했다. 금은 교환의 단위로도 쓰였지만, 작고 빛나는 금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때문에 금 자체가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인류 최초의 돈은 바로 금이었다.
16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 시대에도 돈은 금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사려고 무거운 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불편했다. 그리고 집에 금을 쌓아두니 자꾸 도둑이 들었다. 당시 금을 금화로 제공하는 금세공업자(Goldsmith)는 집에 금 보관 창고가 있었고, 사람들은 금세공업자의 금고에 내 금도 보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골드스미스 씨, 내 금화를 당신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해 주세요. 보관료는 드릴게요."
골드스미스 씨는 금화를 건네받고 보관증을 써주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 사이에는 금화가 아니라 보관증이 돌아다녔다. 보관증은 금화보다 훨씬 가볍고 언제든 금화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래할 때도 편리했다. 이 금보관증이 바로 인류 최초의 종이돈이다. 즉 종이돈은 원래 금의 영수증에 불과했다.
"보관증을 줄 테니 물건을 나한테 팔아. 이걸 갖고 가면 골드스미스 씨가 금화를 내줄 거야."
그것을 보고 골드스미스 씨는 깨달았다. 사람들이 맡겨둔 금화를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해 주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리라는 걸, 이제 사람들은 금화가 아니라 보관증으로 거래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렇게 금화를 빌려주고 받은 이자로 골드스미스 씨는 많은 이익을 남기게 되었다. 사람들은 일개 금세공업자가 갑자기 많은 돈을 번 것을 수상하게 여겼고, 곧 그가 자신들의 금화로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골드스미스 씨에게 가서 항의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자, 진정들 하시고, 그럼 이렇게 하죠. 당신들의 금화를 대출 해주고서 받는 이자를 나눠드리겠어요."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사람들은 동의했다. 그런데 골드스미스 씨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이자를 나누기 싫었다. 혼자만 더 부자가 되고 싶어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만 보니 금을 맡긴 사람들 중 통상 10퍼센트만이 금을 다시 찾으러 오고, 나머지 90퍼센트는 금을 맡겨두고는 찾으러 오지 않는 게 아닌가. 게다가 자신 말고는 금고에 금이 얼마나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금고에 있는 금의 10배까지 대출해 줘도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금고에 금이 없어도 보관증은 얼마든지 써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있지도 않은 금화를 대출해 주고 이자까지 받게 되면서 골드스미스 씨는 엄청난 부를 일구며 은행업자로 대변신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은행의 시초다.
골드스미스 씨가 엄청난 부자가 되자 사람들은 차차 의심을 하기 시작했고 곧 금고에 있지도 않는 금까지 대출해 이익을 챙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달려가 너도나도 금화를 찾아갔다. 뒤늦게 알게 된 사람들도 보관증을 내밀며 금화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골드스미스 씨에게는 그만한 금화가 없었다.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동시에 돈을 찾으러 오는 것이 바로 뱅크런이다. 요즘도 아무리 건전한 은행일지라도 뱅크런이 일어나면 망하게 되어 있다. 뱅크런은 은행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다.
금도 없으면서 금보관증을 남발한 은행업자는 처벌받아야 마땅했으나 당시 영국 왕실은 오랜 전쟁으로 인해 돈이 필요했고, 그들에게 가상의 돈을 만들어서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락해 주었다. 그리하여 은행은 실제로 가지고 있는 금의 약 3배를 대출해 줄 수 있게 되었다.
2. 돈과 금, 그들은 서로 무관한 사이가 되고
1816년 영국은 최초로 금본위제를 채택했다. 금본위제도란 영국의 중앙은행이 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영국의 종이돈, 즉 파운드화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주는 제도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산업혁명을 통해 더 많은 금을 벌어들였고, 식민지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금을 캐왔다.
여기 인도 상인과 베트남 상인이 있다. 무역을 할 때 그들은 서로 상대 국가의 종이돈을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인도 종이돈을 들고 인도에 가서 금으로 바꿔달라고 했는데 인도에 금이 없다면? 그래서 당시 무역의 60퍼센트가 언제든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영국의 파운드화로 거래되었고 파운드화만이 금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1914년, 유럽에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이 전쟁은 4년간 지속된다. 전쟁이 일어나면 국가는 금을 엄청나게 많이 쓰게 된다. 무기도 사야 하고, 군인들을 먹이고 입혀야 하고, 군인들의 유가족들에게 위로금도 줘야 하고 패전하면 전쟁 배상금도 필요하니까.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14년, 영국은 금본 위제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전쟁으로 돈을 많이 써서 금이 부족해진 것이다. 1931년에는 더 이상 파운드화를 가져가도 금으로 바꿔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 미국은 어땠을까? 전쟁터인 유럽에 무기며 생필품을 팔아 엄청난 수혜를 봤다. 이때부터 미국 경제에는 거품이 끼기 시작했고 결국 거품이 터지면서 1920년 대공황이 일어났 다. 힘든 시기였지만 미국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등을 통해 차차 극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고맙게도 또다시 제2 차세계대전이 일어났다. 그것도 유럽에서.
미국은 대공황에서 서서히 벗어나던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으로 완전히 경제 특수를 누리게 된다. 무기는 물론이고, 생필품도 전례 없는 대량 생산을 하게 된다. 전 세계 석유의 절반을 미국에서 생산했고, 전 세계 금의 2/3를 미국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44개 연합국 대표 들은 미국 브레튼우즈에 모여 연합국 금융통화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전 세계 금의 2/3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종이돈, 즉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하자고 합의가 되었다. 그때부터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었다.
1950년대 초반부터 60년대까지, 미국은 연 평균 경제 성장률 4.5퍼센트의 엄청난 호황을 누린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독일과 일본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국제 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1960년부터 1975년까지 계속된 베트남 전쟁도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자 불안해진 사람들은 너도나도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닉슨 대통령은 더 이상 금이 없으니 달러를 가져와도 바꿔줄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이 제는 금이 아니라 달러가 돈이라고 발표한다. 그때까지 종이돈은 금의 영수증일 뿐이었는데, 이 종이쪼가리가 이때부터 돈이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금태환제도의 폐지라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3. 돈은 빚이다
그런데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지금 금이 돈인 세상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종이돈이 돈인 세상에 살고 있는가? 종이돈이 돈인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럼 또 생각해 보자 금이 돈이었을 때는 돈을 구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었나? 그렇다. 광산에 가서 캐면 되었다. 하지만 종이돈이 돈인 지금은 돈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열심히 일해서 벌면 된다고? 그럼 나에게 급여를 주는 우리 사장님은 또 돈을 어디 가서 구하나?
종이돈이 돈이 되어버린 지금은 돈을 구하려면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해야 한다. 그래서 돈은 빛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 국민이 A, 딱 한 명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A 는 돈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그렇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장사에 소질이 있다고 자신했던 A는 은행에서 1억 원을 빌려서 장사를 시작하기로 한다. 은행은 A에게 1년간 1억 원을 대출해 주는 대신 만기에 이자 5퍼센트를 함께 상환하라고 한다. 장사를 해보겠다고 한껏 부풀어 있던 A는 뒤늦게 아차 싶다. 이 나라에 국민은 딱 한 명, 나 혼자인데 나는 누구에게 장사를 해서 돈을 벌지?
무정하게 세월은 흘러 1년이 지났지만 A는 대출받은 1억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많은 돈을 벌어서 대출 원리금을 갚고도 수익이 남아야 대출한 의미가 있을 텐데, 이자 500만 원조차 갚을 수 없으니 눈앞이 캄캄하다. 은행은 만기가 되었으니 빨리 1억 500만 원을 갚으라고 독촉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국민은 A딱 한 명. A가 가진 돈은 1억 원뿐. 대체 어디서 500만 원을 구한단 말인가, 이자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A는 피가 마른다.
그런데 이때! B와 C가 우리나라에 이민을 왔다. 그리고 그들도 사업을 좀 해봐야겠다며 은행에서 1억 원씩 대출을 받았다. 물론 1년 후에 이자 500만 원도 같이 갚아야 한다. A가 보기에는 갑자기 시중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 뛸 듯이 기쁜 A. 귀가 얇아 보이는 B에게 물건을 팔아 500만 원을 벌어 지긋지긋한 은행 대출을 모두 갚았다.
하지만 B는? B 역시 1년 후에 1억 500만 원을 상환해야 하는 데 A에게 500만 원을 주었으니 B가 가진 돈은 9,500만 원. 그러니 내년에 갚아야 할 1억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이 펑크 났다. 이제 B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C에게 장사해서 모자란 1,000만 원을 벌라고? C도 B에게 1,000만 원을 주고 나면 9,000만 원뿐 인데 대출을 갚으려면 1,500만 원이 펑크 나지 않겠는가.
결국은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나라에 이민 와서 대출을 받아야지만 C도 돈을 갚을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누군가 새로 계속 대출을 받아야만 내가 받은 대출을 갚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더 이상 대출을 받지 않는다면?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파산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돈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파산하지 않고 올바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알아 야한다.
돈은 어떻게 불어나는가
A가 은행에 100만 원을 1년 만기로 예금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은행은 B에게 1년간 100만 원을 대출해 줄 수 있다. 하지만 A가 갑자기 돈이 필요해져서 나는 이자를 받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내 돈을 도로 돌려달라며 예금을 해약하겠다고 한다. 이 미 B에게 1년간 100만 원을 대출해 줬기 때문에 은행은 돈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하나?
이런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은행은 A가 예금한 금액 중 일부는 남겨두고 나머지 금액만 B에게 대출해 준다. 이를 지급준비금이라고 한다. 골드스미스 씨 이야기가 기억나는가? 그는 금을 맡겨둔 사람 가운데 약 10퍼센트만 다시 금을 찾으러 오니 10퍼 센트를 남기고 나머지 90퍼센트는 대출해 주었다. 그 10퍼센트가 오늘날 지급준비율의 기초가 되었다.
지금은 나라마다 지급준비율을 다르게 정하고 있지만, 만약 지급준비율이 10퍼센트라면, 은행은 100만 원 가운데 지급준비금 10만 원만 남겨두고 90만 원을 모두 대출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지급준비율이 3.5퍼센트다. 지급준비율이 적을수록 돈을 더 적게 남겨둘 수 있고, 대출을 더 많이 해줄 수 있다. 그런데 이 지급준비금 덕분에 돈은 계속 불어난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멀미 난다고 책 덮지 말고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러니까 이런 소리다.
은행은 100만 원 가운데 10퍼센트를 남겨두고 90만 원을 B에게 대출해 준다. B는 그 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꺼내 쓰기로 한다.
이제 은행은 B가 예치한 90만 원에서 지급준비금 9만 원을 때 고 C에게 81만 원을 대출해 준다.
이로써 돈은 171만 원으로 늘어났다. 왜냐, B의 통장에는 90만 원이 찍혀 있고, C의 통장에도 81만 원이 들어왔으니까.
은행은 C의 계좌에 존재하는 81만 원 가운데 8만 1천 원을 남 겨두고 72만 9천 원을 D에게 대출해 준다. 여기서도 돈이 늘었다. C의 81만 원. 그리고 D의 72만 9천 원. 그래서 153만 9천 원.
처음에는 분명 100만 원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324만 9천(171 만원+153만 9천) 원으로 돈이 불어났다. 이런 식으로 대출이 일어날 때마다 돈은 계속 늘어난다. 이를 신용 창조라고 한다.
이해가 잘 안 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은행의 지급준비율로 인해 시중에 돈이 불어나는 방식을 좀 더 쉽게 다른 예로 설명해 드리겠다.
지급준비율이 10퍼센트일 때 나안전 양은 은행에 1,000만 원 을 예금했다. 그렇다면 은행은 나안전 양이 예금한 1,000만 원 중 100만 원을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900만 원만 나돈좀 양에게 대출해 줄 수 있다.
대출한 나돈좀 양은 이 900만 원으로 나딜러 씨에게 차를 샀다. 자, 그럼 나딜러 씨는 벌어들인 900만 원을 다시 은행 계좌에 입금해 두고 쓸 것이다. 이제 은행 입장에서는 다시 900만 원의 잔고가 생겼다. 그러면 그 900만 원 중 10퍼센트를 남겨두고 또 다른 사람에게 810만 원을 대출해 줄 수 있다. 그 사람 역시 그 돈을 결국 은행 계좌에 다시 입금해 두고 쓸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은 810만 원이 다시 계좌로 돌아오고 또 대출해 줄 수 있게 된다.
결국 나안전 양이 예금한 1,000만 원으로 인해서 지급준비율만큼만 은행에 잔고를 남기고 계속해서 대출이 가능해지니 시중에는 돈이 1,000만 원보다 훨씬 더 많이 풀리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이해가 좀 되셨겠지?
무엇이건 양이 많아지면 그 가치는 떨어진다. 따라서 돈의 가치 역시 떨어지고,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물건 값은 오르게 되고, 그러니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나안전 양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4퍼센트라고 하면, 나안전 양은 2.5퍼센트 이자를 받고 예금을 했으니 그녀 돈의 가치는 2.5퍼센트만큼 늘어났다. 하지만 그동안 물건 값은 4퍼센트 올랐다. 나안전 양은 1년간 예금을 했지만 돈 가치가 1.5퍼센트만큼 쪼그라든 확정적 손해를 본 셈이다. 대체 나안전 양은 예금을 왜 한 것인가?
우리가 지금 이렇게 예금, 적금을 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은 주변 국가들에게 어마어마 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내야 했는데, 오랜 전쟁으로 돈이 없던 독일은 마르크화를 마음대로 찍어냈다. 마르크화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쟁 중에 불안해서 열심히 적금을 납입했던 국민들은 만기에 1,000만 원을 받았지만 돈 가치가 급격하게 쪼그라든 하이퍼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제로는 100만 원의 가치밖에 안 되었다. 900만 원이 공중에 흩어져버린 꼴이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 우리 주머니를 털어가는 방법이다.
만약 예금, 적금을 고수하겠다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내 돈의 가치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그 줄어드는 만큼보다 많은 이자 를 주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지금은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니 적금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셋값 같은 서민들의 실질적인 생활에 밀접한 항목들은 빠진 채로 발표되는 통계청의 물가상승률 말고,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상승률을 생각해 보자. 전세 값, 담배 값, 커피 값, 치킨 값만 해도 얼마나 엄청나게 상승하고 있는지를.
이제는 은행에 예·적금 가입하면 원금은 보장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부자들은 은행에 저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은행은 단지 돈을 대출하는 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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