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변동에 따라 돈의 위치를 바꿔라
1. 경기변동의 사계절
경기는 침체기→ 회복기 활황기→ 후퇴기→ 다시 침체기로 순환한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있고, 잘 나갈 때가 있으면 힘들 때가 있는 것처럼, 경제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는 다 알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과연 어느 때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경제 기사를 꾸준히 읽어야 한다. 기준금리가 지금 높은지 낮은지 기업들의 실적은 어떤지 꾸준히 체크해봐야 한다. 그러면 경기변동의 계절을 읽을 수 있고, 지금이 투자를 해야 하는 시기인지 아닌지를 알게 된다.
다음은 경기변동의 사계절이다. 언니의 범상치 않은 문학성이 엿보이는 설명이니 스킵하지 말고 끝까지 읽을 것!
경기변동 사이클
1) 봄(금융장세)
꽃샘추위로 바람은 차갑기만 하다. 아직은 옷깃을 여미는 시기. 그러나 땅속 깊은 곳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싱싱한 초록빛으로 싹을 틔울 준비가 한창이다.
봄은 왔는데 추위는 가시지 않는다. 피부로 느껴지는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실물 경제는 불황이기에 한국은행은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한다. 화폐를 찍어서 시장에 공급한다. 사람도 피가 돌지 않으면 죽듯이 경제도 돈이 돌지 않으면 안 되니까. 기업 실적이 악화되어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임금을 동결하고, 인센티브를 주지 못한다. 소득이 줄고, 지갑이 갈수록 얇아진다.
모두가 여전히 불황의 한가운데 있다고 느끼지만 희한하게도 주가는 오르기 시작한다. 당최 이해가 안 된다. 불황인데 대체 왜 주가가 오르는 거지? 그 이유는 바로 주가는 경기변동에 선행하기 때문이다. 금리를 낮추고, 시장에 많은 돈을 풀게 되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현금으로 쥐고 있으면 손해라는 얘기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금을 물건으로 바꾸고 싶어 하고 원자재, 부동산, 주식 등을 산다. 여전히 칼바람은 매섭지만, 꽃샘추위가지 나면 따뜻한 봄이 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2) 여름(실적장세)
벚꽃 구경 다녀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다. 나무들은 푸르고 매미들은 종일토록 울어댄다. 시장마다 달고 과즙 많은 과일들이 그득하다. 동네 꼬마 녀석들은 살갗 타는 줄도 모르고 눈부신 태양 아래 물놀이가 한창이다. 여름은 어느 때보다 생명력이 넘치는 계절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풀었던 돈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이 돈이 원자재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물가를 가파르게 상승시키면, 회복하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에 서서히 금리를 인상한다. 금리를 올려 그간 풀었던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재료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재빠르게 제품 값을 올린다. 밀가루값은 올랐는데 짬뽕 값이 그대로 5천 원인 중국집을 보았는가? 과거에 산 재료를 쓰며 제품 값을 올려 받으니 실적이 좋아진다. 기업들의 매출이 늘고 이익이 증가하니 주가도 당연히 따라서 오른다. 이 시기가 가장 길게 유지되면서 수익률도 좋은 때다. 마치 여름의 꽃, 휴가 시즌의 해운대 같다.
3) 가을(역금융장세)
습하고 무더운 장마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하늘은 높아지고 말도 뚱뚱해지고 나는 더 뚱뚱해지고 나뭇잎도 변색하기 시작할 것이다. 좋았던 과거와 함께 여름이 끝난다. 하지만 본격적인 가을에 앞서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기업들은 인센티브를 팍팍 준다. 인센티브를 1,400퍼센트나 주는 기업도 봤다. 사실 우리가 느끼기에 이 때가 호황의 절정이다.
경기가 과열되기 시작하니 한국은행은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 한다.
기업들의 실적에도 착시 효과가 생긴다. 조선, 해운, 건설업종 등은 수주를 받고 2~3년 동안 만들어 인도하게 되니 실적이 계속 좋아질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언론에서는 연일 주가가 계속 오를 거리는 보도를 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때 투자를 결정한다. 늘 그래왔듯 또 막차를 타는 것이다.
호황도 이런 호황이 없는데 주기는 하락하기 시작한다. 기업의 실적이 계속 좋아지는 착시 효과에 속아서 물타기를 하는 센스도 발휘한다. 이럴 땐 센스가 없는 게 차라리 나은데. 그러던 어느 날 소리 소문도 없이 위기가 찾아온다. 미처 대응할 시간도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그저 속만 태우고 있다.
4) 겨울(역실적장세)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불황의 그늘이 곳곳에 드리워져 먹고 살기도 힘든데 가스 요금 인상으로 관리비 폭탄까지 맞았다. 몇 겹을 껴입어도 칼바람이 비집고 들어와 살을 찔러댄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불황의 한복판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고, 시중에 돈줄이 꽉 막혀 부도가 나기도 한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감원 대상이 되고 월급이 줄거나 동결, 인센티브는 언감생심이다. 지갑이 얇아지니 고정비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갑갑한 상황에 정부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서서히 금리를 낮춘다. 이때 경매시장에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불황의 한복판에서 너도나도 현금이 없으니 매물이 반값 이하에 낙찰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호황의 달콤함이 영원하리라는 착각에 빠져 무리하게 대출받아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그러나 미리 현금을 쌓아두고 기다렸던 사람들에게는 이 시기가 둘도 없는 기회다. 모든 자산의 가격이 저평가되고,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빅 세일 찬스다. 가난한 서민들에겐 겨울은 유독 더 춥고 길게 느껴지지만, 부자들은 콧노래가 절로 나는 시기다.
2. 주글라 파동과 엘리어트 파동
침체기→ 회복기 → 활황기→ 후퇴기의 순서로 순환하는 경기. 이 경기변동에는 파동이 있다. 침체기에서 후퇴기까지 한번 순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있다는 뜻이다. 순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짧게 보는 이론이 키친 파동(단기 파동)이고, 중기적인 것으로 보는 이론이 주글라 파동(중기 파동), 길게 보는 이론이 콘트 라티에프 파동(장기 파동)이다.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투자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주글과 파동(Juglar's waves)이다. 주글라 파동은 10년을 한 사이클로 본다. 언니가 앞에서 굵직한 위기는 10년에 한 번씩 온다고 말했을 때 '과거에 10년 주기로 왔다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고 막 던지는군' 하고 생각했다면 서운하다. 10년에 한 번씩 위기가 온다고 말했던 이론적인 근거가 바로 이 주글라 파동이다.
1998년 IMF가 있었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있었다. 다음 위기는 언제, 무엇 때문에 올지 정확히 예측할 순 없지만 2018년 이 되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는 있다.
경기변동에 파동이 있듯, 주식시장도 파동으로 움직인다. 주식시장도 잔 파동보다는 10년 경기변동의 사이클을 고려한 긴파동으로 보는 것이 좋다. 주가의 움직임은 상승 5파와 하락 3파로 움직이며 끝없이 순환한다. 엘리어트 파동(Elliott wave) 이론에 의하면 그렇다. 이 이론은 주가변동을 예측할 때 많이 사용된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겠지만 사실 이것보다 주식시장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없다. 그리고 실제로 거의 맞아떨어진다. 엘리어트 파동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한 사이클이 완성되고,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엘리어트 파동 이론과 경기변동의 사이클을 조합해서 지금이 대략 어디쯤인지 유추하는 큰 밑그림을 그려보자. 그런 다음 지금 어느 위치에 내 돈이 가 있어야 수익이 극대화되는지 판단해 봐야 한다. 스케치를 하고 색칠을 하는 것이지, 색칠부터 하고 밑그림을 그리는 법은 없으니까. 그러니 제발 "무슨 펀드에 가입해야 수익 많이 나요?" 라고 묻지 마시고, "지금은 주식, 채권, 펀드 중 어디에 투자해야 좋은가요?"라고 묻는 현명한 투자자가 되자. 경기순환과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조합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주식시장은 경기변동에 선행한다. 주식시장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2007년 펀드 열풍이 불 때, 우리들은 모두 열광했다. 어딜 가나 펀드 이야기였다. 2007년 초 1,300P에서 시작한 주가지수는 몇 달 새 2,000P를 넘어섰다. 그 최고점이 어디일지 예상하지 못했고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리 라곤 상상도 못 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그때가 끝물 이라는 것. 엘리어트 파동에 따르면 상승 5파에 해당되는 시기였으니까. 이제 떨어질 일만 남아 있었다.
내 고객들은 기억하시겠지만, 그때 고객들에게 투자하고 있던 주식, 주식형 펀드, 중국 펀드 모두 환매하라고 얘기하고 단체 문자도 보냈다.
그리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왔다. 주가는 890p 근처까지 곤두 박질했다. 1,700~1,800p 일 때 펀드에 제일 많이들 가입했으니 펀드에 있던 돈들은 반 토막이 났다. 일찌감치 환매한 내 고객들 은 떨어질걸 어찌 알았느냐고, 작두 타냐고들 하셨다. 언니가 신이 내려 방울을 잡고 흔든 것이 아니었다. 꽤 많은 투자전문가들이 이 시기는 엘리어트 파동으로 볼 때 상승 5파에 해당하고, 급격하게 하락할 시그널이 보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2009년부터 금융장세가 시작되었다. 봄이 온 것이다. 주가는 1,000p에서 시작해서 2011년 2,200p까지 올랐다. 우리가 느끼기엔 아직 추운 겨울이고 불황인데, 세계 여러 나라가 공조하여 풀어낸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른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난 불이 유럽으로 옮겨 붙으며 2011년 유럽 발 재정위기가 왔고 다시 한 번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렇게 상승 1파가 마무리되고 중간 반락, 하락 2파가 시작되었다.
그럼 지금은 어떤 시기일까? 언니도 신이 아니기에 명확하게 알 수 없고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겠지만, 돈을 푼 효과가 나타나고 경기가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불황을 넘어 호황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본격적인 실적장세, 여름이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돈의 위치는 어디에 있어야 할지 잘 생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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