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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부부 여행& 조산 신호& 분만 방법 정하기

by 수호천사1009 2023.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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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교 여행

평소 여행을 즐기지 않았지만 결혼하면서 이제 평생 여행파트너가 생겼으니 수시로 여행을 하자고 약속했어. 주말이면 근교로, 짧은 휴가를 낼 수 있으면 지방으로 여행을 다니고 일 년에 한 번 이상 해외여행을 하자고 했지. 그런데 임신하니 여행이 쉽지 않더라. 임신을 준비할 때는 '임신을 하면', 임신을 하고는 '초기 유산 위험만 없어지면'으로 미뤘지. 그래서 임신 12주 차가 지나 병원을 가니 의사 선생님의 '태교 여행을 가려면 지금부터 35주까지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계획해도 좋다'는 말이 그렇게 반갑더라.

태교의 사전적 의미는 '임신 중 태아를 교육한다'이잖아. 이 여행이 태아를 교육하기 위해서인가? 아니. 교육의 의미를 떠나 태아를 위해서도 아니었고 부부 둘만의 마지막 여행(물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우리 둘만 여행을 갈 수 있으니 정확히 말하면 '당분간 마지막 여행'이겠지만)이라 생각하고 계획하기로 했어. 임신하고 신경 쓸 것도, 조심할 것도, 준비할 것도 많아 평소보다 긴장한 채 지냈으니 스트레스도 풀 겸 완전히 휴식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고 말이야.

일단 여행지부터 추렸어. 임신 중기라 배 속 아기는 안정되어 있지만 나는 아기가 무럭무럭 자랄수록 자궁이 커지고, 커진 자궁은 심장과 폐를 압박해 가슴이 자주 두근거렸지. 조금만 빠르게 걸어도 숨이 차고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밤중에 다리에 쥐가 나는 일도 잦았어. 임신 전에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는데 임신하고 배가 불러오면서 지하철로 바꿨어. 버스는 균형을 잡기도 어렵고 내가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이기도 어렵고,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내려도 근처에 화장실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여행도 마찬가지야. 비슷한 이유로 버스보다는 기차를 타고 여행하기로 했지. 의사 선생님도 임신 중 여행은 거리보다 이동 중 몸이 얼마나 흔들리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셨어. 장거리 이동이라도 수시로 쉬고 몸을 편하게 할 수 있는지 살피라고 조언해 주셨지.

2. 조산신호 익혀두기

태교 여행을 다녀와서 병원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 임신 후기에 접어들었으니 배 속의 아기를 잘 키우는 것을 넘어 아이와 만날 준비를 시작하자고 하셨어.

그전까지는 초음파를 볼 때 눈, 코, 입, 손가락, 발가락 위주로 보여주셨는데 이번에는 심장, 위, 폐 등 기관을 하나하나 보여주시며 '이제 엄마의 배 속에서 나와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을 갖췄어요'라고 하시더라. 그렇다고 아기를 지금 낳아도 좋다는 건 아니에요. 36주까지는 엄마 배 속이 가장 좋은 환경이에요.

세계보건기구는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는 미숙아 또는 조산아로 분류해. 조산아가 생존 가능한 임신 주수는 세계보건기구 기준 임신 23주 차, 미국 산부인과학회 기준 임신 25주 차로 정하고 있어. 서울대학교 산부인과 이승민 교수에 따르면 임신 26주 차에 태어난 조산아의 생존률은 약 25퍼센트, 29주 차에는 90퍼센트로 올라가.

하지만 조산아의 경우 장기가 미성숙해 폐질환이나 뇌성마비 등을 포함한 뇌질환, 괴사성 장염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32~34주에 태어난 경우 합병증 발병률이 확연히 낮아진다고 하니 의사 선생님의 '엄마 배 속이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그래서 이 시기부터는 조산에 주의해야 해. 조산은 임신 20주부터 36주 6일까지의 분만을 말해.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3~4만 명의 조산아가 발생하고, 조산아들은 영아 사망의 절반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합병증에 시달리는데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야.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니 지금으로서는 정기검진을 잘 받고 조산의 증후들을 알아뒀다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는 것이 최선이지.

흔히 배가 뭉친다고 하잖아.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배 뭉침 횟수가 증가해서 가진통으로 발전하는데, 자궁이 수축하며 불규칙하게 나타나. 반면 전체 조산의 75퍼센트를 차지하는 자연 조산의 경우 조기진통이 나타나. 조기진통은 대개 규칙적이며 강도가 세어지지.

배가 자주 뭉친다면 불규칙적인지 규칙적인지, 강도가 일정한지 세어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또 질 분비물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출혈, 양막파수가 의심될 때는 즉시 내원해 진찰을 받아야 해. 조기진통이 있는 산모 중 30퍼센트는 입원해 안정을 취하면 저절로 증상이 사라져. 약물치료로 임신 기간을 다소 연장할 수도 있다고 하니 아기가 보내는 신호,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지면 좋아.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아기를 배 속에 품는 것이 조금씩 버거워진다는 뜻이기도 해. 솔직히 말하면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는 게 기쁘고 감사하지만 그 아기를 품은 내 힘듦 지수도 무럭무럭 자라났거든. 자궁이 커지니 자궁을 받치는 근육과 인대가 늘어나 복부 통증이 심해지고 몸도 더 잘 붓더라.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해 잘 먹지 못하는 '후기 입덧'이 다시 생기기도 했어. 출산을 앞두고 태아의 머리가 골반 쪽으로 내려오면서 자궁이 방광을 눌러 요의가 잦아져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가는 일이 하룻밤에도 2~3번 반복됐어. 골반과 엉덩이가 아픈 치골통에 이어 갈비뼈까지 아팠어.

3.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최선의 분만법 찾기

30주 차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역아'라고 하시는 거야. 태아는 엄마와 반대로 거꾸로 서 있는 자세가 정상이래. 태아의 20퍼센트 정도가 임신 30주 차까지 머리를 위로 하고 있다고 해. 의사 선생님이 지금은 역아여도 출산일이 가까워지면 저절로 자리를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다음 검진 때 살펴보자고 하셨어. 분만 때까지 역아인 경우는 3~4퍼센트 정도였어.

주변에 역아를 돌릴 방법을 물으니 '고양이 자세'로 알려진 스트레칭을 많이들 추천하더라. 반대로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며 고양이 자세를 무리해서 하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어.

고민이 깊었는지 울적해 보였나 봐. 지인이 왜 그런지 물어봤어. 자연분만을 하고 싶은데 역아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으니 대뜸 '왜 자연분만을 하고 싶냐?'라고 묻는 거야.

자연분만하면 출산 후 회복이 빠르고, 입원 기간이 짧아 경제적 부담이 적고, 아기가 좁은 산도를 통과하는 동안 양수와 분비물을 토해내 태어남과 동시에 폐로 활발하게 호흡을 하고 면역력도 생기는 등 장점이 있으니 자연분만을 하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라고 하자 지인이 그 점이 문제라고 했어. 출산은 분만 방법의 장단점을 비교해 가장 장점이 많은 방법을 취하는 게 아니라 산모와 아기의 상태를 살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장점이 많다는 이유로 자연분만을 고집하고, 자연분만을 권한다는 거야.

그리고 출산의 주체인 산모의 의사도 중요해. 실제로 요즘은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부부들도 많아. 내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있는지, 우리 부부는 어떤 분만법을 선호하는지 등을 체크해 보고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 분만 방법을 정하기로 했어.

자연분만하고 모유 수유를 했다는 결과만 봐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지 몰라도 최선은 아닐 수 있어.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가 안전한 상황이라면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다고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아쉬워하는 대신 제왕절개를 한 뒤 빨리 회복할 방법을 찾고, 젖몸살이 잦다면 분유를 먹이며 건강한 몸으로 아이를 돌보는 게 나은 선택일 거야. 나와 내 아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 진짜 좋은 방법이니까. 조금 철학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에게 최선인 방법을 찾다 보면 세상의 기준이 아닌 우리 가족만의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고, 세상의 정답이 아닌 우리 가족만의 정답을 찾는 기회로 이어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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