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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부모 스위치& 시간 관리 ABC법칙

by 수호천사1009 2023.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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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와 부모 사이 균형 잡기

나는 없어지고 '00 엄마'만 남은 듯한 느낌은 '나'와 '부모' 사이의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어. 내 시간은 확보해 나를 챙기고 나에게 집중하니 조금씩 균형이 회복됐지. 재밌는 건 엄마가 되기 전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나를 챙겨 왔다는 거야. 엄마가 된 순간 나보다 아이가 우선시됐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열 달을 품어 낳은 아이를 타인이 아니라 또 다른 나로 여겼던 것 같아. 아이가 자랄 수록 내 배가 불러오고, 내가 먹는 걸 아이도 먹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아이도 고스란히 느끼니 그럴 수밖에.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탯줄은 끊어지지만 심리적 탯줄까지 끊어지는 건 아니거든. 아이를 챙기고 돌보는 일은 나를 챙기고 돌보는 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졌어.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에른스트 하르트만은 이런 현상을 두고 '약한 경계'가 나타났다고 해. 개인과 개인 사이에는 나와 남을 구분하는 '자아 경계'가 있는데, 이 자아 경계는 상대에 따라서 약해지기도 하고 강해지기도 한다는 거야. 개인과 개인 사이의 경계가 약한 '약한 경계'가 나타나면 남과의 경계에 빨리 그리고 깊숙이 들어가고 자의식이 사라지게 되지.

부모 자식 사이에도 '약한 경계'가 아닌 '건강한 경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건강한 경계를 유지한다는 건 결국 나와 아이 사이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 균형이라는 게 주양육자와 부양육자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이더라.

앞서 말한 것처럼 엄마이지 주양육자인 나는 아이와 너무 밀착한 것이 문제였어. 반면 아빠이자 부양육자인 남편은 오히려 아이와 멀어져 있는 건 아닌지를 신경 쓰고 있었어.

임신한 순간 나는 몸의 변화가 시작되니 엄마가 된다는 실감이 났지만 작가님의 남편은 아이가 처음 '아빠'라고 한 순간 아빠가 된 걸 실감했다고 해요. 그전까지는 나를 통해 아이와 연결되는 느낌이었다는 거지. 남편의 말이 충격적이었어.

올해 아빠가 된 지인은 그래서 습관적으로 '부모 스위치'를 켜려고 한대. 임신 중에는 아내와 이야기를 나눌 때 '부모 스위치'가 켜졌대. 출산 후에는 아이를 돌보느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해 아기의 일과를 기록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아내와 같이 쓰고 있다고 하더라.

언제 젖을 먹었는지, 언제 기저귀를 갈았는지, 언제 낮잠을 잤는지 등을 아내가 기록하고, 남편은 오후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기록을 한 번 보고, 퇴근할 때 한 번 더 보면서 숙지하는 거지. 기록과 아기 사진을 보면 부모 스위치가 켜진대.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 씻고 아내와 같이 육아를 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게 주양육자는 부모 스위치를 끄고 내 스위치를 켜는 습관을, 부양육자는 내 스위치를 끄고 부모 스위치를 켜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나와 부모 사이의 균형이 맞춰지는 것 같아.

2. 더 잘 먹고, 더 잘 자는 연습

부모는 기본적인 욕구들을 잘 챙겨야 돼. 예를 들어 잠이나 밥 같은 것 말이야. 자고 먹는 건 너무도 당연한데 왜 고려해야 하느냐고? 부모가 되면 할 일이 많아지거든.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이 아이를 돌보며 생기는 집안일도 곱절이 되지. 온종일 동동거리다 보면 어느새 밤이야. 침대에 누워 한숨 돌리려고 하면 방금까지 쌕쌕 자던 아이가 눈을 번쩍 뜨고 울기 시작해. 

내 잠, 내 밥을 챙기는 건 사치로 느껴지지. 하루이틀이면 꾹 참겠지만 부모 노릇에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잖아. 부모도 사람인데 몇 년 간 참을 수는 없어. 한계치까지 참고 견디는 게 아니라 내 밥과 내 잠을 챙길 방법을 찾아야지.

우선 내가 언제 최상의 컨디션인지를 살펴봐. 하루에 최소 몇 시간을 자야 아침에 수월하게 눈이 떠지는지, 밥은 세끼 모두 푸짐하게 먹어야 컨디션이 유지되는지 한 끼 정도는 간단하게 먹어도 괜찮은지, 내 시간은 하루 혹은 일주일에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우울해지지 않는지를 점검해 보는 거야.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들을 파악했으면 이제 그 조건들을 충족시킬 방법을 찾을 차례야.

일단 잠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절대적인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힘들지만 더 힘든 건 2,3시간 간격으로 아이가 깰 때마다 나도 같이 깨야 한다는 거야. 자다 깨기를 반복하지. 임신한 지금도 그렇잖아. 배 속 아기가 태동해서 깨기도 하고 소변이 마려워 일어나기도 해. 그럴수록 빨리, 깊게 잘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도움이 돼.

예를 들어 수면 환경에서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들부터 빼는 거지. 아쉽지만 야식과 멀어지기로 했어.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습관 역시 도움이 돼. 자기 전에 잠깐 스마트폰을 잡으면 30분은 훅 지나가잖아. 그야말로 '잠도둑'이 따로 없어. 게다가 과학적으로도 스마트폰은 청색광 때문에 수면에 악영향을 줘. 국립환경과학원의 실험 결과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잠이 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 3배, 뒤척이는 횟수는 2배 증가했거든.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도 방해 받는다고 하니 폰과 멀어질수록 푹 잘 수 있어.

다음은 밥. 임신 초기엔 입덧과 임신 후기엔 불면증과 소화불량으로 아침은 남편이 차리기로 했어. 반찬은 새벽에 배송해 주는 업체들을 찾아 주문했고 우리 입맛에 맞는 곳에서 일주일 혹은 열흘에 한 번씩 주문해 먹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좋더라. 매일 아침 샐러드를 배달해 주는 업체도 많고 닭가슴살 샐러드나 두부 샐러드 같은 고단백 샐러드를 먹어보니 간편하고 든든해서 한 끼 식사로 손색없었지.

3. 시간이 부족할수록 할 일을 정돈할 때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치우는 것만으로 수면시간이 늘어나. 그동안은 바쁜 일상에 잘 시간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을 치운 뒤에야 그동안 침대에 누워 얼마만큼의 시간을 낭비했는지 느껴지더라. 저자들의 주장대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더 하고, 원치 않는 것을 덜 하기' 위해 할 일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보기로 했어.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도움이 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시간 관리 ABC법칙'이 있는데 할 일을 중요도와 시급성에 따라 구분하는 거야. A는 시급하면서 중요한 일, B는 시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C는 시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D는 시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지.

A에 속하는 일들은 시급하면서 중요하니 가장 먼저 하는 거야. 반면 D에 속하는 일들은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도 않으니 우선순위에서 미뤄.

문제는 B와 C야. 어르신들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들 하잖아. 중요도로 따지면 당연히 B가 C보다 앞서는데, C가 급한 것처럼 느껴지니 나도 모르게 C부터 하게 될 때가 많아. 그런데 차분히 생각해 보면 B에 속하는 일들이 가정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야.

가령 부모가 된 뒤에 이런 일이 있다고 가정해 봐. 퇴근할 시간에 윗사람이 가급적 빨리 처리해 달라며 일을 줬어. 그런데 출근할 때 저녁 먹기 전에 집에 오겠다고 아이와 약속하고 집을 나섰어. 많은 경우 퇴근 시간에 떨어지는 업무 지시는 진짜 급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가급적 빨리'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경우야. C에 속하는 거지.

반면 아이와의 약속은 중요하지만 아이가 기다려줄 수 있으니 B에 속해. ABC 순으로 우선순위를 가지니 아이와의 약속이 우선이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보통 윗사람의 지시를 따르게 되지. 그래서 더욱더 우선순위를 기억해야 하는 것 같아. 이 말은 우선순위를 기억하지 않으면 우선순위대로 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할 일이 많아질수록 우선순위를 기억하고, 우선순위를 지키는 연습을 하자. 그래야 나를 내가 원하는 곳에 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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