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페라리가 자신에게 존경을 가져다줄 거라 생각하며 페라리를 구입했을까?
내가 주차 대행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일이다. 주차 대행 서비스를 직접 해보니 좋은 점이 있었다. 근사한 차들을 운전해 볼 기회가 생긴다는 사실이었다. 호텔 손님들은 페라리, 람보르 기니, 롤스로이스 등 온갖 귀족적인 자동차를 타고 온다. 당시 나는 그런 차를 갖는 게 꿈이었다. 고급차는 내가 성공했다는 강력한 신호처럼 느껴졌다. 나는 똑똑해, 나는 부자야. 나는 고상한 취향을 가졌어.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 날 봐봐!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차를 볼 때 운전자를 쳐다본 적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근사한 차를 모는 것을 봤을 때 우리는 '저 차 모는 사람 멋진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 차가 내 거라면 사람들이 '내가' 멋지다고 생각할 텐데'라고 상상한다. 무의식적으로든 아니든 그렇게 생각한다.
참으로 모순적이다. 사람들은 부를 통해 내게 호감을 가지라고, 나를 우러러보라고 남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 '남들'은 당신을 보고 감탄하는 과정을 건너뛴다. 부가 우러러볼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호감을 얻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자신'의 욕망에 대한 벤치마크로 당신의 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태어난 후 내가 쓴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너는 네가 비싼 차, 고급 시계, 대궐 같은 집을 원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너는 그런 것들을 원하지 않는다. 네가 원하는 것은 남들로부터의 존경과 칭찬이다. 비싼 물건들이 존경과 칭찬을 불러올 거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나 네가 존경과 칭찬을 받고 싶은, 그런 훌륭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주차 대행 서비스를 할 때 내가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페라리를 타고 호텔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내가 생각에 잠기기 시작하면, 그들은 항상 내 얼빠진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실제로 그들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넋을 놓고 바라보았을 테고, 확신하건대 그들은 그 상황을 즐겼을 것이다. 존경 받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그들이 안중에도 없었다는 걸, 심지어 그들이 거기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내가 그저 자동차만 넋 놓고 바라보며, 운전석에 앉은 스스로를 상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을까? 그들은 페라리가 자신에게 존경을 가져다줄 거라 생각하며 페라리를 구입 했을까? 큰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마찬가지일까? 그럴 것이다. 보석이나 옷은? 물론이다.
부를 좇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멋진 차를 사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 역시 둘 다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존경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 하지만, 돈으로 근사한 무언가를 사는 것은 생각보다 그런 존경이나 칭찬을 많이 가져다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존경과 칭찬이 목표라면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에 유의해야 한다. 배기량이 큰 차보다 겸손, 친절, 공감이 더 많은 존경을 가져다줄 것이다.
페라리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멋진 차가 주는 모순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다음 장에서 계속하기로 한다.
당신이 멋진 차를 몰고 있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보지 않는다.
당신의 차에만 감탄할 뿐이다.
아무도 당신의 물건을 보고 당신을 존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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