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려고 돈을 쓰는 것이야말로 돈이 줄어드는 가장 빠른 길이다.
돈은 여러모로 참 아이러니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아이러니는 이것이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주차 대행 아르바이트를 했던 2000년대 중반 무렵, LA는 물질적 외형이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주변에 페라리가 돌아다닌다면 당연히 차주가 부자일 거라 생각할 것이다. 차주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들 중 몇몇을 알게 되면서 나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님을 깨달았다. 그저 그런 정도의 성공을 했으면서도 월급의 큰 부분을 차에 쏟는 사람들도 많았다.
기억나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편의상 '로저'라고 부르겠다. 로저는 내 또래였다. 로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포르셰를 몰고 있으니 짐작 가는 것들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로저가 낡은 혼다를 끌고 왔다.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마찬가지였다. "포르셰는요?” 내가 묻자, 그는 자동차 할부를 내지 못해 회수되었다고 했다. 민망한 기색은 손톱 만큼도 없었다. 마치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당신 이 로저에 관해 짐작했던 것들은 모두 틀렸을 수 있다. LA에는 그런 로저가 아주 많았다.
10만 달러짜리 차를 모는 사람은 부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부에 관해 우리가 아는 유일한 데이터는 그의 부가 차를 구매하기 전보다 10만 달러 줄어들었다는(혹은 빛이 10만 달러 늘어났다는) 사실뿐이다. 그들에 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뿐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으로 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눈앞에 있는 정보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의 은행 잔고나 주식 잔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의존해 남들의 금전적 성공을 가늠한다. 자동차, 집,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같은 것 말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성공한 척 흉내 내도록 도와주는 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부는 구매하지 않은 좋은 차와 같은 것이다. 구매하지 않은 다이아몬드 같은 것이다. 차지 않은 시계, 포기한 옷이며 1등석 업그레이드를 거절하는 것이다. 부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은 금전적 자산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림을 그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소비로 파산 직전까지 갔던 가수 리한나 Rihanna가 자신의 자산관리사를 고소하자 자산관리사는 이렇게 응수했다. "돈으로 물건을 사면 결국 물건만 남고 돈은 없어진다는 걸 정말로 말해줘야 했나요?"
웃어도 된다. 부디 웃길 바란다. 하지만 답은 '네'이다. 사람들은 정말로 이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대부분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고 할 때, 그 실제 의미는 '나는 백만 달러를 쓰고 싶어요.'라는 뜻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말 그대로 '백 만장자'가 되는 것과 정반대의 길이다.
투자가 빌 만Bill Mann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부자처럼 느끼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근사한 것들에 많은 돈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길은 가진 돈을 쓰고, 가지지 않은 돈은 쓰지 않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훌륭한 조언이다. 하지만 조금 약한 감이 있다. 더 강하게 얘기하자면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가진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이는 부를 축적하는 유일한 길일뿐 아니라, 바로 부의 정의이다.
우리는 '자산 부자 wealthy'와 '소비 부자 rich'의 차이를 신중하 게 정의해야 한다('wealthy'와 'rich'의 구분이 우리말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여기서는 저자가 정의한 의미를 반영하여 '자산 부자'와 '소비 부자'로 용어를 구분했다-옮긴이). 이 차이를 몰라서 돈과 관련해 형편없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소비 부자는 현재의 소득과 관련이 있다. 10만 달러짜리 차를 모는 사람은 소비 부자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빚으로 차를 구입했다 해도 어느 정도 소득이 있지 않으면 매달 할부를 갚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큰 집에 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소비 부자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들은 종종 자신을 알리려고 무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는 숨어 있다. 부는 쓰지 않은 소득이다. 부는 나중에 무언가를 사기 위해 아직 사용하지 않은 선택권이다. 부의 진정한 가치는 언젠가 더 큰 부가 되어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살 수 있는 선택권과 유연성을 제공하는 데 있다.
다이어트와 운동의 관계에 비유하면 쉽다. 살을 빼는 것은 엄청나게 힘들다. 죽기 살기로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말이다. 빌 브라이슨 Bill Bryson은 자신의 책 <바디 The Body》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운동으로 태운 칼로리를 네 배나 과대평가한다고 한다. 그런 다음 평균적으로 방금 태운 칼로리의 두 배를 섭취한다. 사실 많이 먹으면 많이 운동한 효과는 금방 상쇄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한다.
운동은 소비 부자가 되는 것과 같다. 당신은 '운동을 했으니 한 끼 정도는 제대로 먹어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는 그 한 끼를 거절하고 순수 칼로리를 태우는 것과 같다. 어렵고 자기 절제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가 할 수 있었던 일과 내가 하기로 선택한 일 사이의 격차가 쌓인다.
문제는 소비 부자의 롤모델은 찾기가 쉬운 반면, 자산 부자의 롤모델은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자산 부자의 정의를 생각하면 찾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물론 자산 부자이면서 물건에 돈을 많이 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조차 우리가 보는 것은 그들의 소비 행태이지 그들의 자산이 아니다. 그들이 어떤 차를 사고 자녀를 어느 학교에 보냈는지는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저축 현황, 퇴직연금, 투자 포트폴리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이 현재 어떤 집에 사는지는 볼 수 있지만, 그들이 만약 무리했을 때 어떤 집을 살 수 있었는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내 생각에 여기서 위험한 부분은, 사람의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는 자산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유와 유연성을 원한다. 자유와 유연성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아직 쓰지 않은 금융 자산이다. 그러나 '돈을 갖는 것은 돈을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나머지, 실제로 자산 부자가 되는 데 필요한 제약이 어떤 것인지 보지 못한다. 보이지 않으니 배울 수가 없다.
사람들은 흉내 내기를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부의 속성은 그들을 따라 하거나 방법을 배우기 어렵게 만든다. 평생을 잡역부로 일하며 세상에 800만 달러를 남긴 로널드 리드는 그가 죽은 뒤에야 사람들의 금융 롤모델이 됐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추앙되었고 소셜 미디어에서 사랑받았다. 그러나 생전에 그는 누구의 롤모델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의 부는, 심지어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조차, 동전 하나하나까지 모두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수 없다면 글쓰기를 배우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해 보라. 대체 누구에게서 영감을 받을 것인가? 누구를 우러러볼 것인가? 누구의 교묘한 장치와 조언들을 따를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이미 어려운 글쓰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배우기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를 쌓는 것이 그토록 힘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에는 검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산가인 사람도 많고, 부자처럼 보이지만 한 발만 잘못 디디면 파산해 버릴 벼랑 끝에 있는 사람도 많다. 나 자신의 목표를 세울 때는 이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쓰지 않는 것이 부라면, 그렇다면 부가 대체 왜 좋은가? 당신 이 돈을 모을 수 있도록 다음 장에서 한번 설득해 보겠다.
The Rich vs. The Wealthy
부자 대 부자
보이는 말은 같으나 숨겨진 의미는 다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어떤 부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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