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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돈의 심리학 <`돈이 있다'는 것의 의미>

by 수호천사1009 2024.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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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나는 오늘 내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오직 부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부가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부자가 되려고 한다. 행복은 복잡한 주제다.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복에 공통분모(기쁨을 일으키는 보편적 동력)가 하나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다. 이는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앵거스 캠벨 Angus Campbell은 미시건 대학교의 심리학자였다. 1910년생인 그가 연구를 하던 시기에는 심리학이 여러 가지 장애에 맞춰져 있었다.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같은 것들 말이다.

그는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알고 싶었다. 1981년에 출간된 그의 책 《미국인의 행복감 The Sense of Wellbeing in America 은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시작한다. 그중에도 분명히 더 행복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소득으로도, 지리적으로도, 교육으로도 하나로 묶을 수가 없었다. 각각의 카테고리 속에는 만성적으로 불행한 사람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행복의 가장 강력한 공통분모는 간단했다. 캠벨은 그것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우리가 고려해 온 어떤 객관적인 생활 조건보다. 내 삶을 내 뜻대로 살고 있다는 강력한 느낌이 행복이라는 긍정적 감정에는 더 믿을 만한 예측 변수였다.

월급보다도, 집의 크기보다도, 위신 있는 직업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뚜렷한 생활양식상의 변수였다.

돈에 내재하는 가장 큰 가치는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이는 절대 과장이 아니다. 돈이 있으면, 즉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자산이 있으면 독립성과 자율성이 조금씩 쌓인다. 언제 무엇을 할지 나에게 더 많은 결정권이 생긴다는 뜻이다.

부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느 정도의 부는 내가 아플 때 빈털터리가 되는 일 없이 며칠 일을 쉴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이게 가능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부가 그보다 조금 더 있다면 해고가 되더라도 좀 더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찾은 일자리에 어쩔 수 없이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단 얘기다. 이는 인생이 바뀔 만큼 중요한 일이다. 6개월치 비상자금이 있다는 것은 상사가 두렵지 않다는 뜻이다. 새 직장을 구하느라 좀 쉬더라도 별일 없이 지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더 많은 부가 있다는 건 월급이 좀 낮더라도 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통근시간이 더 짧은 곳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갑자기 몸이 아프더라도 치료비를 걱정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필요할 때가 아니라 자신이 원할 때 은퇴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돈으로 시간과 선택권을 살 수 있다는 건 어지간한 사치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가치다.

대학을 다니는 내내 나는 투자 은행가가 되고 싶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투자 은행가는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다. 그게 유일한 동기였고, 투자 은행가가 되기만 하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100퍼센트 확신했다. 3학년 때 LA에 있는 어느 투자은행에 여름 인턴십 자리를 얻은 나는 내 커리어에 복권을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첫날부터 투자 은행가들이 왜 돈을 많이 버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긴 시간을, 그렇게까지 정해진 대로 빡빡하게 일할 수 있는지를 처음 알았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하지 못할 것이다. 자정이 되기 전에 퇴근하는 것은 사치로 간주되었고, 사무실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을 거라면 일요일에는 굳이 나올 필요도 없다" 투자은행에서의 일은 지적 자극을 주었고, 보수도 두둑했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깨어 있는 매초매분 상사의 노예로 일했고, 결국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경험 중 하나가 됐다. 넉 달짜리 인턴십이었는데 나는 고작 한 달을 버텼다.

가장 곤란했던 점은 내가 그 일을 아주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열심히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도 타인의 통제하에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스케줄에 맞춰서 한다는 것은 마치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과 같았다.

이런 감정을 부르는 이름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저항 reactance'이라고 부른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마케팅 담당 교수 조나 버거 Jonah Berger는 이를 다음과 같이 깔끔하게 요약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통제권이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 운전석에 앉고 싶어 한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뭔가를 시키려고 하면 그들은 힘을 뺏긴 기분을 느낀다. 스스로 선택을 내렸다기보다 우리가 그들의 선택을 대신 내려주었다고 느낀다.
그래서 원래는 기꺼이 하려고 했던 일조차 싫다고 하거나 다른 짓을 한다.

이 설명이 얼마나 옳은지 인정하고 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삶에 맞춰 돈을 버는 것이 대단한 '이득'임을 깨닫게 된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인디음악 시장 시디베이비닷컴 CDBaby.com의 창업자 데릭 시버스 Derek Sivers는 그의 친구가 자신에게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를 물은 적이 있다며 그때 얘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낮에는 맨해튼 중부에서 연 2만 달러, 최저 임금에 가까운 돈을 받는 일을 했다. 외식은 절대 하지 않았고, 택시를 타는 일도 없었다. 한 달에 1,800달러를 벌어 생활비로 1,000달러를 썼다. 그렇게 2년간 일을 해서 1만 2,000달러를 모았다. (한국 돈 1,598만2,800원)그 때가 스물두 살이었다. 1만 2,000달러가 모이자 나는 낮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전업 뮤지션이 되기로 결심했다. 한 달에 공연 몇 번은 잡을 수 있을 테고, 그걸로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자유였다. 한 달 후 나는 낮에 하던 일을 그만두었고 이후 다시는 취업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끝내자 친구는 그게 다냐며 아쉬운 듯 물었다. 나는 그게 다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말했다. "아니, 너는 회사를 팔기도 했잖아?" 나는 그 일은 내 인생을 크게 바꿔놓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일은 그저 은행 잔고를 늘려주었을 뿐이다. 내 인생이 진정으로 바뀐 것은 부자가 되었을 때가 아니다. 자유를 찾은 스물두 살 때였다."

미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다. 그러나 부나 소득이 훨씬 낮았던 1950년대에 비해 지금의 미국인이 평균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증거는 없다. 중위계층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2019년 갤럽 Gallup에서 140개국 1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날 '많은 걱정'을 했다고 말한 미국인이 45퍼센트였다.?" 전 세계 평균은 39퍼센트였다. 55퍼센트의 미국인은 전날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나머지 전 세계는 35퍼센트가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된 이유 중 일부는 우리가 많아진 부를 더 크고 더 좋은 물건을 사는 데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자신의 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더 많이 포기하고 있다. 부는 많아졌지만 자유로운 시간은 줄었다. 기껏해야 둘은 서로 상쇄되어 버릴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조정한 1955년 중위가구 소득은 2만 9,000달러였다. 2019년에는 6만 2,000달러를 살짝 넘었다. 우리는 이 부를 이용해 1950년대 미국인들은(중위계층 가구라 해도) 상상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미국의 중위 수준 주택은 1950년 983평방 피트에서 2018년 2,436평방 피트로 커졌다. 오늘날 미국의 평균적인 신축 주택은 주거인 수보다 더 많은 수의 욕실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는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발전했고, TV는 더 저렴하고 선명해졌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삶은 그다지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직장과 관련이 있다. 존 D. 록펠러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업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또한 은둔자이기도 해서 많은 시간을 혼자 보냈다.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일부러 범접하기 힘든 사람이 되었으며, 누군가 주의를 끌어도 침묵을 유지했다.

이따금 록펠러가 들러서 이야기를 듣곤 했던 어느 정유공장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남들이 모두 떠들게 하고 본인은 뒤로 물러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회의 중에 왜 말씀이 없느냐고 물으면 록펠러는 종종 시 한 편을 암송했다.

현명한 늙은 부엉이가 떡갈나무에 살았습니다.

부엉이는 보는 게 많아질수록 말이 줄었습니다.

말이 줄어들수록 듣는 게 많아졌습니다.

우리 모두 그 현명한 늙은 새처럼 되면 안 될까요?

 

록펠러는 특이한 사람이었으나 평범한 우리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메시지를 남겼다. 록펠러의 업무는 유정을 파는 것도, 기차에 화물을 싣는 것도, 석유통을 옮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업무는 생각을 해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었다. 록펠러가 생산하는 것, 즉 그가 만들어내는 '최종 제품'은 손으로 하는 일도, 말로 하는 일도 아니었다. 머리로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도 머릿속이었다. 종일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 남들에게는 자유시간이나 여가시간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그는 문제를 찬찬히 곱씹으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일하고 있었다.

그가 살던 시절에는 이것이 독특한 일이었다. 록펠러가 살던 시대에는 거의 모든 직업이 손으로 하는 일이었다.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 Robert Gordon에 따르면 1870년에는 전체 직업 중 46 퍼센트가 농업 관련이었고, 35퍼센트는 수공업이나 제조업 관련이었다. 사람의 두뇌에 의존하는 직업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생각을 한 게 아니라 '노동'을 했다. 중간에 끼어드는 것도 없었으며, 일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것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는 38퍼센트의 직업이 '매니저, 관료, 전문직'으로 분류된다. 이 직업들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을 한다. 또 다른 41퍼센트는 서비스직이다. 서비스직은 행동 못지않게 생각에도 많이 의존한다.

 

오늘날에는 1950년대의 흔한 제조업 노동자보다는 록펠러에 가까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 말은 곧 퇴근을 하고 공장을 나선 후에도 하루가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일이 끝없이 계속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직업인 사람은 조립라인에 있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퇴근을 한다는 것은 각종 도구를 공장에 남겨둔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케팅 캠페인을 만드는 것(생각을 기초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 직업인 사람은 머리가 곧 도구이므로 도구를 어딘 가에 두고 오는 법이 없다. 출퇴근길에도, 저녁 준비를 할 때도, 아이들을 재울 때도, 새벽 3시에 스트레스로 잠에서 깼을 때도 프로젝트를 생각한다. 1950년대 사람들보다 근무시간이 줄었을지는 몰라도, 느낌상으로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일하는 기분이다.

<애틀랜틱 The Atlantic>의 부편집장 데릭 톰슨 Derek Thompson은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휴대기기가 21세기의 사무용 장비라면 현대의 공장은 어떤 '장소'가 아닐 것이다. 오늘날의 공장은 하루 그 자체다. 컴퓨터 시대는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도구들을 사무실에서 해방시켰다. 지식 노동자들에게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휴대용 만능 미디어 제조기기'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오후 2시에 사무실에 있든, 오전 2시에 도쿄 공유오피스에 있든, 한밤에 자신의 집 소파에 앉아 있든 동일한 생산성을 가질 수 있다.

앞선 세대에 비하면 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쓰는 것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더 부자가 되었음에도 그다지 더 행복해졌다고 느끼지 않는 게 놀랍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일단 거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것을 인식하는 것부터다.

노인학 연구자 칼 필레머 Karl Pillemerms는 그의 책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30 Lessons for Living》에서 미국에 사는 노인 1,000명을 인터뷰했는데, 수십 년 인생 경험을 통해 배운 교훈 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고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최대한 열심히 일해서 원하는 물건을 살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1,000명 중 단 한 명도 없었다. 적어도 주변 사람들만큼은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그들보다 더 많이 가지는 게 진짜 성공이라고 말한 사람 또한 단 한 명도 없었다. 원하는 미래의 수입을 기준으로 직장을 골라야 한다고 말한 사람 역시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이 실제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좋은 우정을 나누는 것, 개인의 안위보다 더 큰 뜻을 위한 일에 참여하는 것, 자녀와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등이었다. 필레머는 "자녀들은 당신의 돈(혹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어떤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당신을 원한다. 이 둘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특히 자녀들은 당신이 곁에 있기를 바란다."라고 쓰고 있다.

모든 것을 다 겪어본 사람들이 주는 교훈을 새겨듣자.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그러면 돈이 주는 가장 작은 배당금은 무엇일까. 다음 장에서 짧게 보고 가자.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을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고 행복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돈의 진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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