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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돈의 심리학 <과거의 나 vs. 미래의 나>

by 수호천사1009 202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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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는 과거의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늘 기뻐하지만은 않는다.

어릴 때 함께 자란 친구 중에 부잣집 자식도, 타고난 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게 무척 많다. 성공에 이르는 그 한 걸음, 한 걸음을 적나라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대 때 이 친구의 인생 목표이자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확률이 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좋게 돌려서 이야기한 것이다. 당시에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 친구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는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보다 열 살은 더 많았지만, 결국 의사가 됐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시작해 꿋꿋이 밀고 나가서, 모든 예상을 뒤엎고 의대를 졸업하고 가장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를 갖게 되면 성취감이 얼마나 클까?

몇 년 전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화는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나: 진짜 오랜만이네! 어떻게 잘...

친구: 끔찍한 직업이야.

나: 허허, 뭐...

친구: 끔찍한 직업이라고, 친구야.

10분간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스트레스와 긴 근무 시간 때문에 친구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친구는 지금 자신의 위치가 실망스러운 눈치였다. 15년 전에 바랐던 곳을 향해 그토록 열심히 달려왔는데 말이다.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형편없다. 목표를 상상하는 것은 쉽고 재미있다. 그러나 경쟁적인 목표 아래 현실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상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는 우리가 미래의 경제적 목표를 계획하는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다섯 살짜리 꼬마들은 크면 트랙터를 몰고 싶어한다. 어린 소년의 눈에 그보다 더 좋아 보이는 직업은 많지 않다. 이들에게 좋은 직업이란 시작도 끝도 "부릉부릉, 삐삐, 커다란 트랙터 나가신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크고 나면 많은 꼬마들이 어쩌면 트랙터를 모는 게 최고의 직업은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좀 더 명성이 있거나 돈이 되는 직업을 원할 수도 있다. 그래서 10대가 되면 변호사가 되기를 꿈꾼다. 이제는 계획이 세워졌다고 '확신' 한다. 남은 문제는 로스쿨과 그 비용이다.

그렇게 변호사가 되면 근무 시간이 너무 길어서 가족들 얼굴 조차 보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아마도 임금은 더 낮지만 근무 시간이 더 자유로운 일자리를 구한다. 그러고 나면 육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월급 대부분이 육아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장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로 한다. 이들은 마침내 옳은 선택을 했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다가 70세가 되면 평생 집에 있는다는 건 은퇴 준비를 할 여유가 없다는 뜻임을 깨닫는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궤적을 따라간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대학졸업자 중 27퍼센트만이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다. 집에서 자녀를 돌보는 부모의 29 퍼센트가 학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물론 본인이 받은 교육을 후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제 막 자녀를 낳은 30대는 목표를 정하던 18세에는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인생을 생각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장기적인 재무 계획은 필수이다. 그러나 상황은 변한다. 주변 세상도 변하고, 나의 목표도 변하고, 욕망도 변한다.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과 미래의 내가 무엇을 원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실제로 우리 중에 이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래에 내가 무엇을 원할지에 대한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높음에도, 지속 가능한 장기적 의사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심리학자들이 쓰는 용어 중에 재미있는 말이 하나 있다. '역사가 끝났다는 착각 The End of History Illusion. 역사는 끝났고 변화는 더 이상 없을 거란 착각이다. 과거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는 예민하게 인지하면서, 미래에 자신의 성격이나 욕망, 목표 등이 변할 수 있음은 과소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 Danial Gilbert의 말을 들어보자.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우리가 내리는 의사결정은 '미래의 나'라는 사람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미래의 나' 는 과거의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늘 기뻐하지만은 않는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10대 시절 큰돈을 들인 타투를 지우는 데 큰 돈을 쓴다. 중년들은 젊어서 서둘러했던 결혼의 이혼을 서두른다. 노인들은 중년에 얻으려 노력한 것들을 잃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식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착각을 가지고 돌아다닌다. 역사, 즉 내 개인의 역사가 방금 끝났고, 바로 얼마 전에야 나라는 사람이 늘 되어야 했던 바로 그 사람이 됐고, 남은 평생 계속 그 사람일 거라 착각한다." 길버트의 연구는 18세부터 68세까지의 사람들이 향후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변할지에 대해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우리는 끝내 이 교훈을 배우지 못하곤 한다.

이것이 장기적인 금융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라. 찰리 멍거는 복리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 불필요하게 중단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인생에서 원하는 바가 계속 바뀌는데 어떻게 금융 계획(커리어, 투자, 지출, 예산 등)을 중단하지 않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로널드 리드(앞에서 만나보았던 잡역부 출신의 자산 부자)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이 그토록 성공한 데는 수십 년간 같은 일을 하면서 복리가 제 힘을 발휘하게 놔둔 덕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평생 동안 워낙 많이 변하기 때문에 수십 년간 같은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비슷한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돈은 80년짜리 수명 하나가 아니라, 아마도 20년 단위의 네 개 수명을 가질 것이다.

내가 아는 젊은 사람들 중에는 일부러 적은 수입으로 소박한 삶을 살며 만족하는 이들이 있다. 반대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려고 뼈 빠지게 일하면서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쪽 다 리스크가 있다. 전자는 가정을 꾸리거나 은퇴할 준비가 되지 않을 위험이 있고, 후자는 젊고 건강한 시절을 좁은 사무실에서만 보냈다고 후회할 위험이 있다.

이 문제에 쉬운 해결책은 없다. 다섯 살짜리에게 트랙터 기사가 아니라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보라. 아마 악을 쓰며 싫다고 말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장기적 의사결정을 준비하고 있다면 염두에 둘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금융 계획에서 양극단은 피해야 한다.

자신이 매우 낮은 소득에도 만족할 거라 가정하거나, 높은 소득을 위해 끝도 없는 긴 시간 노동을 택하는 것은 언젠가 후회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상황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계획이 주는 이점, 즉 거의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소박함이나 거의 모든 것을 가질 때의 기쁨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양극단은 그 단점들(은퇴할 여력이 되지 않거나 돈을 좇는 데다 써버린 인생을 돌아보는 것) 때문에 계속해서 후회를 남긴다. 앞서 세운 계획을 포기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두 배 더 빠르게 뛰어야 한다면 후회는 더 고통스럽다.

복리의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려면 어느 계획이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이는 저축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커리어나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끈기가 핵심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의 정체성이 바뀌어가는 경향이 있음을 고려하면, 인생 모든 지점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미래의 후회를 피하고 끈기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된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적당한 연간 저축을 유지하고, 적당한 자유 시간을 가지고, 지나치게 긴 통근 시간을 만들지 않고, 적어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을 목표로 잡아보라.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극단으로 흐르는 경우보다는 내가 세운 계획을 고수하고 후회를 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둘째, 우리의 마음이 변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만난 직장인 중 몇몇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만 18세 때 대학 전공에 따라 결정한 커리어를 자신이 고른 분야라는 이유만으로 줄곧 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역사가 끝났다는 착각'이 존재함을 인정한다면, 아직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나이가 되기도 전에 선택한 직업을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계속 좋아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이때 요령은 변화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투자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 을 집필할 때 함께 작업했다. 츠바이크는 카너먼의 큰 장점인 성격적 특성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내가 대니얼을 보면서 가장 경이로웠던 것은 우리가 방금 끝낸 것을 그대로 폭파시킬 수 있는 능력이었다. 츠바이크와 카너먼은 챕터 하나를 가지고 끝없이 작업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순식간에 카너먼은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변형된 버전의 원고를 보내왔다. 시작도 다르고, 끝도 다르고, 생각도 못한 일화와 증거를 삽입하고, 듣도 보도 못한 연구를 인용했다.

이어서 츠바이크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대니얼에게 어떻게 앞선 원고를 쓴 적도 없는 사람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냐고 묻자 그는 잊지 못할 대답을 해주었다. "나한테는 매몰 비용이 없어요." 

매몰 비용(환불받을 수도 없는 과거의 노력에 얽매인 의사결정을 하게 만든다)은 사악한 역할을 한다. '미래의 나'를 '과거의 나'의 포로로 만든다. 이는 마치 낯선 사람이 나 대신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과 다른 사람일 때 세웠던 금융 목표는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시간을 질질 끌게 아니라 가차 없이 버리는 편이 낫다. 그것이 미래의 후회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더 빨리 이런 결단을 내릴수록, 더 빨리 새로운 복리의 마법을 시작할 수 있다.

 

사람은 변한다.

이토록 흔한 명제를 왜 자신의 투자에는 대입하지 않을까.

장기 계획을 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목표도, 욕망도 바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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