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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돈의 심리학 <안전마진>

by 수호천사1009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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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내가 옳다 해도 내 앞에 있는 칩을 몽땅 걸 수 있는 순간은 없다.

아주 똑똑한 금융 행동이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같은 곳에서 말이다. 물론 도박을 하는 모든 사람이 똑똑하게 행동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카드 카운팅 card counting을 하는 일부 블랙잭 플레이어를 보면 '실수에 대비한 여지'를 마련해둬야 함을 배울 수 있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 또한 돈 관리를 할 때 중요하게 삼아야 할 교훈이다.

블랙잭에서 카드 카운팅을 하는 기본 요령은 간단하다.

 

•그 누구도 딜러가 다음번에 꺼낼 카드가 무엇일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앞서 나온 카드가 무엇이었는지 계속 기억해 나가면 아직 쌓여 있는 카드 더미에 어떤 카드가 남아 있을지는 계산할 수 있다.

• 이렇게 하면 딜러가 특정 카드를 꺼낼 '확률'을 알 수 있다.

플레이어는 내가 원하는 카드가 나올 확률이 높으면 더 많은 돈을 걸고, 확률이 낮으면 적은 돈을 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블랙잭에서 카드 카운팅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확률의 게임'을 하고 있을 뿐, 결코 확실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이 옳을 확률이 크지만, 틀릴 확률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안다. 이 사람들이 전문 도박꾼임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이들의 전략은 전적으로 '겸손'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카드 카운팅이 효과가 있는 이유는 하우스(해당 카지노) 쪽에서 플레이어 쪽으로 이길 확률을 아주 조금 옮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률이 유리해 보인다고 해서 너무 큰돈을 건다면, 틀렸을 때 그만큼 큰돈을 잃기 때문에 게임을 지속할 돈이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내가 옳다 해도 내 앞에 있는 칩을 몽땅 걸 수 있는 순간은 없다. 세상은 그 누구에게도 친절하지 않다. 적어도 지속적으로 친절하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저지를지도 모를 실수에 대비한 방책이 필요하다.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계획을 마련해둬야 한다.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Bringing Down the House 에서 성공한 카드 카운팅 플레이어로 묘사된 케빈 루이스 Lewis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카드 카운팅이 통한다는 사실은 통계적으로 이미 증명 되었지만 그렇다고 매번 이기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며, 카지노를 방문할 때마다 이기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아무리 운이 나빠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카지노 측보다 대략 2퍼센트 정도 우위에 선다고 가정해 보자. 이 말은 곧 49퍼센트의 경우에는 카지노가 이길 거라는 뜻이다. 따라서 어떤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돈이 필요하다. 경험적으로는 대략 기본 배팅 금액의 100배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1만 달러로 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기본 배팅 금액은 100달러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좋은 아이디어를 무리하게 밀고 나가 결국은 나쁜 아이디어와 다름없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실수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두는 것이 지혜로운 이유는 불확실성, 임의성, 여러 가지 확률들이 삶에 늘 존재하는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상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발생할 거라고 예상하는 일'과 '실제로 발생하는 일'이 크게 차이 나더라도 계속해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하다. 이에 관해서는 그가 수학적으로 구구절절 설명해놓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설명은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론을 한마디로 요약한 부분이다. 그는 "안전마진의 목적은 예측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간단한 말 속에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안전마진('실수에 대비한 여지' 내지는 '여분'이라 불러도 좋다)은 확실성이 아니라 확률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을 안전하게 헤쳐 나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돈과 관련된 것들은 거의 모두 이런 유형의 세상에 존재한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카드 카운팅을 하는 사람은 이 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 잘 섞여 있는 카드 더미에서 특정 카드가 어디에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향후 10년 간 주식시장의 연평균 수익률이 얼마일까요?" 또는 "저는 몇 년 몇 월 며칠에 은퇴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사람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확률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레이엄의 안전마진은 눈앞의 세상을 예측 가능한 것, 아니면 순전한 도박이라는 식의 흑백논리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애매한 영역, 그러니까 일정 범위의 잠재적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똑똑한 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돈과 관련한 거의 모든 일에서 실수의 여지를 과소평가한다. 주식 애널리스트들은 고객에게 가격 범위가 아니라 목표 가격을 제시한다. 경제 예측가들이 예상을 내놓을 때도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넓은 가능성을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확률로 이야기하는 평론가보다는 굳건한 확실성을 가지고 말하는 평론가가 더 많은 추종자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이 들어가는 모든 일, 특히 의사결정과 관련된 일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다.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맥스 베이 저먼 Max Bazerman도 비슷한 사실을 밝힌 적이 있다. 누군가가 집을 리모델링한다고 하면 우리는 '예산이 25퍼센트에서 50퍼센트 정도 초과하겠군.' 하고 추정한다.” 그런데 내가 리모델링을 한다고 하면 정해진 예산 내에서 제때에 일이 끝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실망한다.

우리가 실수의 여지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째,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군가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미래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마음이 너무나 불안하다. 둘째, 따라서 예측 가능한 미래를 활용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손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실수의 여지를 평가절하하고 오인한다. 사람들은 종종 실수에 대비한 여지를 마련하는 것을 보수적인 대비책이라 생각한다. 큰 리스크를 떠안고 싶지 않거나 자신의 관점에 자신 없는 사람들이 쓰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제대로 사용한다면 정반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수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두는 것은 어느 정도의 잠재적 결과를 견딜 수 있게 한다. 버틸 수만 있으면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도 이득을 취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아주 큰 이득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자주 없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불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전략 속에 실수에 대비한 대책(현금)을 충분히 포함시킨 사람은 다른 곳(주식)에서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즉 잘못해서 쫄딱 망하거나 게임이 끝나거나 더 많은 칩을 투자하는 사람에 비해 우위에 선다.

빌 게이츠는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아무 수입이 없어도 직원들에게 1년 동안 월급을 줄 수 있을 만큼 은행에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싶다는, 어마어마하게 보수적인 접근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워런 버핏도 2008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비슷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저는 언제나 충분한 정도 이상의 현금을 가지고 버크셔 해서웨이를 경영하겠다고 신용평가기관과 나 자신에게 맹세해 왔습니다. (중략) 설사 이윤을 더 낼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저는 단 하루라도 밤잠을 설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특히 실수의 여지를 생각해야 할 경우가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변동성이다. 자산 가치가 30퍼센트 하락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스프레드시트상에서는 그렇지 모른다. 실제로 지불할 금액을 다 지불하고 현금 흐름을 플러스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어떨까? 자산 가치의 30퍼센트 하락이 우리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과소평가하기 쉽다. 막상 기회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자신감은 푹 꺼져있을지도 모른다. 당신 혹은 당신의 배우자는 이제 그만 새로운 계획을 찾자고, 새로운 커리어를 찾자고 설득할 수도 있다.

나는 손실을 본 이후 지쳐서 그만둔 투자자들을 여럿 알고 있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지쳤다. 이 숫자들이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알려주는 것은 스프레드시트가 잘한다. 그러나 밤에 아이들을 재우면서 '만약 이 투자 결정이 잘못됐다면 아이들의 미래가 망가지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당신의 마음이 어떨지 알려주지는 못한다. 실수의 여지를 생각할 때 엄밀한 의미에서 '견딜 수 있는 것'과 '정서적으로 가능한 것' 사이의 차이를 간과하기 쉽다.

다른 하나는 은퇴 준비다. 역사를 살펴보면 1870년대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연평균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6.8퍼센트였다. 이를 적당히 합리적인 초기 근사치로 사용한다면 다양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은퇴 시의 기대수익률을 추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수익률에 대한 해당 가정을 사용해 목표 금액을 모으기 위해 매달 얼마를 적립해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미래 수익률이 이보다 낮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장기적 이력은 장기적 미래를 추산할 때는 좋은 기준이지만, 만약 당신의 목표 은퇴일이 예컨대 2009년 같은 지독한 약세장 한가운데가 되어버린다면? 미래의 약세장에 당신이 겁이 나서 주식을 포기하는 바람에 미래의 강세장을 놓치게 되어 실제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낮아진다면? 당신이 30대에 큰 병에 걸려 병원비를 내기 위해 은퇴자금을 인출해야 한다면? 이런 가정들에 대한 답은 "과거에 예측한 것처럼 은퇴할 수는 없다."이다. 큰일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미래 수익률을 추산할 때 역으로 실수의 여지를 이용하라. 이는 과학이라기보다 예술에 가깝다. 20장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나의 경우 평생 미래 수익률이 역사적 평균보다 3분의 1 더 낮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나는 미래가 과거와 닮았다고 가정할 때보다 더 많은 금액을 모은다. 나의 '안전마진'인 셈이다. 과거에 비해 3분의 1 낮은 것보다 실제로 미래가 더욱 암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안전마진마저 없다면 100퍼센트 실망하는 일만 남는다. 3분의 1의 완충역이면 밤잠을 설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운이 좋아 미래가 실제로 과거와 닮은 꼴이 된다면 나에게는 그저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찰리 멍거는 "행복해지는 최선의 길은 목표를 낮추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말이다.

 

실수의 여지와 사촌 격인 또 하나가 있다. 나는 이를 '리스크에 대한 낙관적 편향' 내지는 '러시안 룰렛은 통계대로 움직여야 한다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어떤 상황에서도 불리한 경우를 받아들일 수 없을 때 나에게 유리한 확률에 애착을 갖는 것을 말한다.

나심 탈레브는 이렇게 말했다. "리스크를 좋아하면서도 파산을 절대 면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큰돈을 벌려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리스크 때문에 망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리스크도 감수할 가치가 없다. 러시안 룰렛을 할 때 확률은 우리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러시안 룰렛의 불리한 결과는 유리할 때 생길 수 있는 결과를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없다. 이 리스크를 보상할 수 있는 안전마진이란 없다. 돈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은 거의 해마다 상승하고, 당신은 거의 매년 월급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 맞을 확률이 95퍼센트이고 틀릴 확률이 5퍼센트라면, 이것은 사는 동안 언젠가는 불리한 경우를 분명 경험할 거라는 뜻이다. 그 불리한 경우의 대가가 파산이라면, 95퍼센트의 유리한 경우가 있다 해도 그 위험은 감수할 가치가 없다. 유리한 경우의 대가가 아무리 매력적이더라도 말이다.

 

여기서 악마는 바로 레버리지다. 레버리지, 즉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빚을 내는 것은 통상적인 위험을 파산에 이를 위험으로까지 발전시킨다. 위험한 점은 대부분의 경우 이성적인 낙천주의가 종종 파산의 확률을 가려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만성적으로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집값은 30퍼센트 하락했다. 몇몇 기업은 채무를 변제하지 못했다. 이게 자본주의다. 이런 일이 생긴다. 그러나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더해 이중으로 망할 위험이 있다. 이들은 파산할 뿐만 아니라 그 파산으로 인해 기회가 왔을 때 다시 게임에 참여할 기회까지 잃는다. 2009년에 집을 가지고 있다가 모든 것을 날린 사람은 2010년에 주택담보대출 이율이 낮아져도 이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리먼 브러더스는 2009년에 값싼 대출에 투자할 기회가 없었다.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는 나의 돈을 둘로 나누어 생각한다. 일정 부분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다른 부분은 리스크를 아주 멀리한다. 이는 일관성 없는 행동이 아니다. 당신은 이게 일관성이 없다고 믿을 것이다. 나는 그저 나의 리 스크가 제값을 할 때까지 오랫동안 살아남고 싶은 것뿐이다. 성공하려면 살아남아야 한다. 이 책에서 여러 번 이야기한 요점을 다시 한 번 반복하겠다. '당신이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의 ROI(투자수익률)는 무한하다.'

실수에 대비한다는 게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하는 일 주변으로 목표를 넓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실수에 대한 대비책은 당신이 상상조차 못 한 일, 당신이 맞닥뜨릴 가장 골치 아픈 사건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음을 보자.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벌어진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역사상 가장 큰 전투였다. 이와 관련해 사람들이 리스크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주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여럿 있다.

하나는 1942년 말에 일어난 일이다. 독일의 탱크 부대가 도시 밖 풀밭에서 대기 중이었다. 최전선에서 탱크가 간절히 필요해졌을 때 모두를 놀라게 만든 일이 일어났다. 거의 모든 탱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해당 부대에 속한 탱크 104대 중 작동하는 것은 20대도 되지 않았다. 엔지니어들은 문제가 무엇인지 금세 찾아냈다. 역사가 윌리엄 크레이그 william Craig는 이렇게 표현한다. “후방에서 쉬는 몇 주 동안 들쥐들이 탱크 안에 집을 짓고 전기선을 둘러싼 절연재를 죄다 먹어치웠다."

 

당시 독일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무너뜨린 것은 다름 아닌 들쥐였다. 독일군이 얼마나 황당했을지 상상이 될 것이다. 그들의 마음속에 들쥐라는 존재는 한 번도 스친 적이 없었다. 세상 그 어느 탱크 개발자가 들쥐 방어책을 생각할까? 합리적인 개발자 중에서도, 탱크 역사를 공부한 개발자 중에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언제나 벌어진다. 우리는 온갖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완전히 미친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런 미친 일들이야말로 가장 큰 손해를 끼친다. 그런 미친 일들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우리는 그에 대처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2006년 워런 버핏은 언젠가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것들을 포함하여 심각한 리스크를 알아채고 이를 회피하도록 뼛속 깊이 프로그램 된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나는 우리 회사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Collaborative Fund가 지원한 여러 스타트업을 통해 이 능력을 실제로 목격한 적이 있다. 설립자에게 자신들이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를 나열해 보라고 하면 흔히 등장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 외에, 우리 회사 포트폴리오에 있는 기업들이 대처해야 했던 예상 밖 이슈를 몇 가지만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수도관이 파열되면서 홍수가 나서 회사 건물이 훼손됐다.

• 회사 건물에 도둑이 세 번이나 들었다.

• 회사가 자체 제조공장에서 쫓겨났다.

• 어느 고객이 보건복지부에 전화해서 매장이 문을 닫았는데, 알고 보니 해당 고객은 다른 손님이 매장에 개를 들이는 게 싫었던 것이었다.

CEO가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자금 모집 기간 중에 그의 이메일 계정이 도용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 회사 설립자가 신경쇠약에 걸려 아무것도 못 하게 됐다.

몇몇은 회사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 중에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문제를 해결해야 할 CEO나 그들이 아는 누군가에게 일어난 적 없는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지도에 없는 땅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리스크를 피하는 것은 이미 그 정의에서부터 거의 불가능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대비할 수는 없다. 이런일에서 생기는 피해에 대비하는 한 가지 방법은 '단일 실패점 single point of failure'이다.

 

인생의 많은 일에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경험치 중에 '부러 질 수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부러진다.'라는 것이 있다. 많은 것들이 한 가지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한 가지가 부러질 수 있는 것이라면, 이는 참사가 닥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그 '한 가지'가 바로 단일 실패점이다.

단일 실패점을 만들지 않는데 능한 사람들도 있다. 비행기에 들어가는 중요 시스템은 거의가 백업 backup이 있고, 백업의 백업이 있는 경우도 있다. 현대식 제트기는 네 개의 전기 시스템을 여분으로 갖고 있다. 엔진 하나만으로도 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엔진이 하나도 없어도 착륙은 가능하다. 왜냐하면 모든 제트기는 엔진에서 나오는 역추진력 없이 브레이크만으로도 활주로에서 멈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수교 역시 케이블이 여럿 떨어져 나간다고 해도 추락하지 않는다.

돈과 관련하여 가장 큰 단일 실패점은 월급에만 의존해서 단기지출 자금을 마련하고 저축은 전혀 하지 않는 바람에, 내가 생각하는 지출과 미래에 혹시 생길 수 있는 지출 사이에 여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아주 부자인 사람들도 종종 간과하는 한 가지를 앞에서 보았다. '저축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차를 사려고, 집을 사려고, 은퇴 준비를 하려고 저축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우리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심지어는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일들(금융 분야의 들쥐에 해당하는 것들)을 위해 저축을 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내 저축을 어디에 사용할지 예측하는 것은, 미래의 내 지출이 정확히 무엇일지 인지하고 있음을 가정한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 사는 사람은 없다. 나는 저축을 많이 하지만 이 저축을 무엇에 사용할지는 전혀 모르겠다. 이미 알려진 리스크만을 대비하는 금융 계획은 현실 세계를 살아남을 만큼 충분한 안전 마진을 갖기 힘들다.

실제로 모든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위한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다. 이것이 당신에게는 어떻게 해당할지 다음 장에서 살펴보자.

 

맞을 확률이 95퍼센트이고 틀릴 확률이 5퍼센트라면, 이는 언젠가는 불리한 경우를 경험할 거라는 뜻이다.

그 불리한 경우의 대가가 파산이라면 95퍼센트의 유리한 경우가 있다 해도 그 위험은 감수할 가치가 없다.

파산을 하면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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