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무가 온 날
안녕하세요. 오늘도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만화책을 소개하려고 해요. 이 책의 첫 시작은 아이의 선택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새로웠어요. 항상 엄마 위주의 말과 경험담이 많은데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본 풍경은 또 낯설고 새로운 느낌이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답니다.
엄마로는 백홍치 님(37)은 인형그림책 작가고 아빠 마수철 님(31)은 요리사로 '아무 국수' 집을 운영하고 있어요. 홍치 님은 항상 임신인 듯 아닌 듯.. 증상 놀이만 하다가 결국 임신테스트기로 2줄을 확인했어요. 너무 설레는 마음에 병원 가는 날 국숫집으로 파란 새가 날아와 마른 국수를 잘게 부숴서 줬더니 맛있게 먹고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가는 태몽을 꿨다고 해요.
병원으로 가서 아기집을 확인한 후 친구한테 알리는데 그 친구는 자기 소개팅 얘기만 하고 친구들마다 다른 반응을 보여요.
인생의 변환점마다 좋은 친구의 기준도 바뀐다는 말이 저는 좀 공감이 됐어요. 결혼과 임신과 출산이라는 큰 행사 때마다 더욱 더 느껴지더라고요. 홍치 님도 예전엔 안 친했던 친구가 자신이 임신을 함으로써 아기를 먼저 키우는 친구가 축하도 해주고 아기는 축복이라는 말을 들으니 새로운 기쁨을 느꼈을 거 같아요.
홍치 님은 아이 심장소리를 들은 후 '먹는 입덧'을 해 두 시간에 한 번씩 엄청난 공복감이 느껴지고 먹지 않으면 위벽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아파온다고 해요. 숙취가 끝없이 계속되는 느낌으로 참크래커로 공복감을 달래줘요. 그리고 햄버거 스테이크가 먹고 싶었다가 다음날은 냉모밀로 먹고 싶은 음식도 수시로 바뀐다고 짐승의 허기 같다는데 전 이 장면이 너무 웃겼어요. 수철님도 백화점에서 산 5만 원짜리 수박을 주는데 좀 귀여우면서도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이라 좋았어요.
8주 6일째 배에 털이 나면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게 열무국수라서 태명이 열무라고 해요. 열무에게 팔과 다리가 '돋아'났어요. 홍치 님은 열무를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엄마는 짐승이 되어가고 있다는데...
10주 차 홍치 님도 그렇고 수철님도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고 있으니 돈 걱정이 있었어요. 수철님도 지금까지는 좋아하는 것만 해왔지만 아기가 태어나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가 있는 친구는 자식은 빛이라며 나를 달리게 만드는 엔진이라고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해요.
12주 차 수철님은 홍치 님과 같이 열무를 보러 가기 위해 하루 국숫집을 쉬는데 저는 요런 점은 좀 좋았어요. 보통 회사원들은 평일에 같이 산부인과를 가려면 반차를 써야 하는데 자기 가게니까 이렇게 쉴 수 있다는 건 가장 큰 장점인 거 같아요.
아기가 보고 싶어 초음파도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대며 보러 가고 진료가 끝난 뒤엔 미래토크시간을 가지며 날씨가 좋을 경우 두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오는 데이트를 해요. 그리고 홍치 님이 꿈의 아파트를 가리키는데 수철님이 이젠 아니라고 도로가 너무 가까워서 위험하다고 하죠. 이런 점도 아이가 없을 때는 아파트만 보지만 아이를 임신하고 부턴 아이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게 보는 시각이 더 넓어진 거 같았어요.
14주 차 배도 조금 더 나왔고 허리와 다리도 아프며 짜증이 더 늘었다고 해요. 여동생이 남편과 아이 둘을 데리고 왔는데 잠깐이지만 시끄럽고 정신없이 보내요. 그리고 수철님이 동서한테 배운 마사지를 홍치 님한테 해주는데 엄청 시원하다고 감동 먹어요.
국숫집에서 수철님은 임신한 아내를 위해 손님한테 담배는 피우지 말라고 하고 동서가 허리가 아플 때 허리띠가 걸쳐지는 부분에 손을 두고, 가로로 왔다 갔다 문질러주라고 살이 약간 눌러질 정도로 뭉근히 힘을 주면서 등을 가르쳐줘요. 튼살크림 발라주기, 신발 신겨주기, 책 읽어주기 등을 얘기하는데 옆에 있던 여자분이 예전에 세 쌍둥이 가졌을 때 수도꼭지를 못 틀어 세 살 먹은 애처럼 엉엉 울어댔는데 그 모습을 남편이 보고 막무가내로 의자에 앉혀선 누가 보든지 말든지 머리를 감겨주는데 그 기억만은 죽을 때까지 꼭 챙겨서 갈 거라고 하는데 저도 이 장면에선 눈물이 났어요. 임신하고는 커진 배로 일상생활이 예전만큼 자유롭지가 못한데 그 힘들어하는 부분을 남편이 알아서 챙겨주니 너무 고맙고 감동이고 뭐라 표현할 수 없을 거 같아요.
16주 차에 홍치 님은 뱃속의 아기가 딸이란 걸 알게 되고 20주 차엔 태동을 느껴요. 그리고 옷장을 정리해 서랍 하나를 내주는데 이 작은 집에 내 서랍 하나, 수철이 서랍 하나, 열무 서랍 하나. 이제 세 사람의 집이 되었어요.
2. 산후조리원 예약
22주 차엔 임산부 요가를 하고 24주 차엔 출산용품리스트를 보고 너무 많아 놀란 나머지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요. 예정일이 10월 22일이라 괜찮은 산후조리원을 둘러보고 결정하기로 해요. 그런데 마음에 드는 곳은 2주에 400만 원이고 저렴한 곳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래서 적당히 괜찮은 곳으로 예약해 놓습니다.
홍치 님은 2주간 편하게 있자고 한 달 수입이 날아가는 거라 과소비라 생각하는데 아기를 낳아 본 여동생은 편하지 않다고 하죠. 산후 조리원에 있으면 편하게 딩가딩가 쉬는 거 같지만 젖은 엄마한테서만 나오는 거라 두 시간에 한 번씩 신생아실 내려가서 한 시간 동안 생전 처음 해보는 수유를 해야 하는데 모우 수유는 아무나 척척 성공하는 줄 아냐고. 젖꼭지를 미친 개한테 물어뜯기는 고통 느껴본 적 있냐고 하루 열두 번씩 매일매일. 찌찌에서 피 나본 적 있냐고 육아에 편한 건 없다고 하죠. 존나게 고생하느냐 그냥 고생하느냐 두 가지라고. 돈 써서 조금 덜 고생할 수 있으면 행운으로 알아야 한다고 경험자로서 충고 아닌 조언을 해주는데 헉.. 했어요.
그래서 홍치 님은 산후조리원 2주 집에서 산후도우미 2주 총 한 달간 조리를 하며 서서히 육아에 적응해 가기로 결정해요.
출산 가방엔 수유패드, 수면양말, 수유브라, 회음부방석, 산모패드, 손목 보호대, 내복
아기용품은 미리 세탁해놔야 하는 배냇저고리, 내복, 가제수건, 속싸개, 겉싸개
세탁하려면 아기 전용세제에 섬유유연 세탁조 청소는 사람 불러서 하고 당장 필요한 것만 사고 나머지는 조리원에서 아기 며칠 보면 감이 오니 그때 주문해도 늦지 않다고 합니다.
28주 차 태아 1.5kg, 양수와 태반, 혈액 등 임신으로 늘어난 물질들의 무게가 도합 8kg이라고 해요. 몸이 무거워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도 힘들고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요. 힙합콘서트 못 가고 맥주도 못 마시고 회도 못 먹고 춤도 못 추고 사우나도 못 하고 자전거도 못 타고 섹스도 못한다고 해요. 많은 기쁨을 잃어버렸지만 홍치 님은 부모가 되는 기쁨을 골랐어요. 입체초음파를 보는데 아기가 웃고 있자 그 모든 힘듦을 이겨내죠.
30주 차 병원으로 가는데 어지러워 병원에서 빈혈이라 철분제 두 알씩 먹고 수액 맞고 가라고 해요. 그래서 수액을 맞는데 옆엔 애가 나왔고 또 다른 아이도 나와요. 한 시간 전에는 없었던 한 인간이 지금은 있다. 모두가 그렇게 지금 여기에 있다.
32주 차에 홍치 님은 작업한 인형의 사진촬영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는데 먼저 아기를 낳은 분이 아이가 9개월쯤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리고 예전 페이스로 돌아가는 데 1년 정도 걸렸다고. 사실 처음 계획보단 늦어졌다고 아기 낳기 전엔 3~4개월 정도 몸 회복하고 곧바로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임신한 거 알자마자 어린이집 대기신청부터 해놨다고 해요. 아기를 이렇게 사랑하게 될 거란 걸 전혀 전제하지 않은 계획이었다고. 지금은 베이비시터한테 맡기고 지금 번 돈은 거의 시터비로 나간다고 해요.
3. 출산과 육아
38주 차 첫 내진 날. 홍치 님은 사람들의 조언대로 긴장 풀고 내진 받으실 때 '아~'하고 소리 내면서(속으로) 보쌈 먹듯이 크게요. 그럼 편해진다고 해 그대로 하니순식간에 지나갔다고 해요. 그리고 출산 전 할 일을 적고 세탁조 청소, 소독, 아기옷 빨래, 냉장고 정리, 주방에 아기용품 공간 만들기, 만삭사진 등을 하나하나씩 해놔 가요.
38주 차 홍치 님은 갈색 피가 나왔는데 이슬인 거 같다고 병원에 전화해 봐요. 출산 가방을 싸면서 진통 두 시간째. 10분이던 간격은 9분으로 줄었고 고통은 1분 정도. 최대한 숨을 깊고 길게 마시고, 얕게 천천히 내뱉는 호흡이 고통을 완화시켜 준다.
진통간격이 6분이고 수철님과 가게 앞에서 만삭 사진을 찍는데 저는 이 장면이 참 인상 깊었어요. 아기 낳기 전 둘만의 마지막 모습이라 멋졌어요.
오후 4시 병원 도착해 4분 간격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진통시간을 기록할 수 없었다고 해요. 그리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후 고통의 링거를 꽂은 후 내진과 관장을 겪으며 무통주사를 맞으며 드디어 휴식기가 찾아와요.
저녁 7시 다리 사이로 따뜻한 물이 흘러나오고 갑자기 진행이 빨라졌다고 아기 머리가 많이 내려왔다고 해요. 홍치 님은 무통을 맞아 다리에 감각은 없지만 몇 번의 힘을 준 후 아기가 태어나요.
아기가 태어난 후 50일. 한 달만의 외출. 홍치 님은 아이 출생신고를 해요. 홍치님은 아이 낳고 14일 만에 모유를 끊었다고 해요. 젖몸살로 수유 내내 고열에 시달리고 가슴에서 피가 나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아파서 아기를 보는 시간보다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해요. 이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홍치님은 가까운 행복을 선택함으로써 몸의 고통이 사라지니 아기의 예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해요.
출산 후 3개월 그대로였으면 좋았을 가슴은 원상복구 되고 배와 피부 목주름은... 크게 실망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6개월. 홍치 님은 점점 닌자가 되어가고 있고 밥을 좀 먹을라고 하면 아기가 깨서 못 먹습니다...
아기를 임신하고 그 후에 일어나는 일들과 특히 남편이 많이 나와서 좋았어요. 아이를 낳은 후 육아는 힘들지만 또 기쁨도 있으니까 행복해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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