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자의 인생 제2막의 시작
1933년 4월 어느 일요일 오사카
백요셉은 오사카 기차역에서 동생 이삭과 만납니다. 11년 전에 수줍고 병약한 소년이 지금은 키가 큰 신사로 변해있었어요. 요셉은 반가워 동생을 두 팔로 끌어안고 기뻐해요. 선자가 요셉에게 인사를 하자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 봤다고 아버지는 현명하고 어머니는 요리 솜씨가 아주 뛰어나다는 칭찬을 하죠. 선자도 자신을 받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요셉도 동생의 생명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요. 일행은 전차를 타고 조선인들이 사는 빈민가인 이카이노에서 내려요. 이카이노는 잘못 만들어진 마을처럼 엉망이었고 요셉과 경희는 오두막집에서 살았는데 선자는 공장감독이 이렇게 가난한 집에서 사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일본인들은 괜찮은 땅을 조선인들한테 임대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이 집은 요셉이 8년 전에 샀지만 이 사실을 알리면 좋을 게 없어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하죠. 옆집에선 아이 넷과 돼지 세 마리가 함께 산다고 하죠.
경희는 선자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대해줘요. 경희는 아름다웠고 선자보다 열두 살이나 많았지만 활기차고 매력적인 여자였어요. 두 사람이 사는 집엔 다다미 여섯 장짜리 방이 세 칸이나 있었어요. 요셉은 아무한테도 돈을 빌려주지 말고 이웃들과 얘기하지 말고 집안에 낯선 사람 들이지 말라고 경고하죠. 경희가 처음 이사 오고 이웃들한테 음식을 나눠주자 다음날도 음식을 달라고 찾아오고 결혼반지와 팔찌 등을 도둑 맞은 얘기를 해주죠. 먹고 얘기하자며 경희는 부엌으로 가고 선자도 돕기 위해 따라가요. 야채와 생선 경희가 한 음식들과 흰 쌀밥을 보자 선자는 배가 고파오고 오사카에 온 첫 날은 봄날치고는 따뜻한 저녁이었어요.
첫날 밤 식사 후 요셉과 경희 이삭과 선자는 남탕과 여탕이 따로 있는 공중목욕탕에 가 깨끗이 씻고 나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정치적이나 사회적으로 독립운동 관련해서 엮이지 말고 일만 하라고 하죠. 요셉은 나라를 빼앗겼을 때 열 살이었고 큰 형인 사무엘 형이 용감하게 싸우다 순교자로 생을 마감했지만 자신은 그 길을 갈 수가 없었어요.
이삭과 선자는 창문 하나 없고 널찍한 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했어요. 엄마가 임신 중에도 성관계는 가질 수 있고 남편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며 남자는 그것을 해야 한다고 하죠. 이불 속에서 선자가 형님네 식구들 좋다고 이 달에 흰 쌀밥 두 번이나 먹어 부자가 된 거 같다고 하자 요셉형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선자의 배도 만지고 가슴을 만지며 첫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다음 날 이삭은 한국장로교회로 찾아가는데 이카이노 뒤쪽 거리에 있었어요. 관리인 후를 만나고 류 목사를 만나기 위해 가는데 류목사는 남매를 상담 중이었어요. 누나는 스무 살쯤 되었고 누나가 일하는 직물 공장의 일본인 관리자한테 선물과 돈을 받았다고 해요. 그 일본인 관리자는 결혼을 했고 아이가 다섯이라고 해요. 류 목사는 남매에게 연민과 지혜가 담긴 얘기를 해주며 이삭한테 축복해달라며 기도를 하고 보내요. 그리고 후가 가져온 자장면을 임시 밥상에 올려놔요. 저는 이 장면에서 소름 끼쳤어요. 류 목사는 방금 다녀간 여자아이가 임신하면 일본 관리자한테 버림받을 거라고 몇 번 자고 나면 흥미를 잃은 거라고 하죠. 그러니 지금 누나는 일본 관리자도 그만 만나고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남동생도 학교를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죠. 다른 직장에서 둘이 일하면 고향에 있는 부모님께 생활비를 줄 수 있다고 냉정하게 말하는데 저는 좀 다른 사람 같아 그랬어요. 방금 전까지 부드러운 말투로 좋은 얘기를 해주던 목사는 온데간데 없고 그렇게 말하면 자기 교회에 안 올까 봐 미래가 뻔히 보이지만 살살 타이르는 게 그저 방관자처럼 보였어요. 그 누나가 자신의 딸이었으면 호되게 야단쳤을 것 같은데 매주 들어오는 돈 때문에 그런 식으로 상담을 했다는 게 너무 어이없었어요. 여자아이가 임신하고 나면 그 대가는 혹독하다는 걸 알면서 그런 식으로 조언을 했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류목사는 이삭한테 지금 사는 집과 아내에 대해서 물어보더니 월 보수가 15엔이라고 냉철하게 말하죠. 일요일 아침 정기적으로 나오는 신도는 75~80명이지만 부유한 신도는 대여섯 명뿐이라고 하죠. 목사의 월급이 박하다고는 하지만 양진의 하숙집 한 달 방값이 23엔이었는데 이 돈으론 양진의 한 달 치 방값도 못 낼뿐더러 이제는 자신과 선자 태어날 아기가 있는데 이 돈 받고 일을 한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두 달이 지난 여름 경희와 선자는 빠르게 친해졌고 경희는 김치와 장아찌를 파는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었어요. 그렇지만 여자가 밖에 나가서 일하는 걸 싫어하는 요셉 때문에 경희는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2. 노아의 탄생
선자와 경희가 장을 보고 집으로 왔는데 남자 둘이 경희한테 서류를 보여주며 당신 남편한테 213엔의 빚이 있다고 하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빚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선자는 3시간 뒤에 오라며 남자 둘을 보내고 경희와 함께 한국사람이 하는 전당포로 갑니다. 6월의 따뜻한 날이지만 선자는 회중시계를 팔기 위해 가요. 전당포 주인이 50엔에서 125엔 175엔으로 가격을 올리는 동안 선자는 가격을 내리지 않고 꿋꿋이 200엔을 달라고 하죠. 결국 200엔을 받아 들고 집으로 오죠. 3시간 후 선자와 경희는 남자 둘을 따라 사무실로 가 요셉이 2월에 돈을 빌린 사실을 알아요. 그건 이삭과 선자의 입국 허가증을 받으려고 빌린 것이었어요. 경희가 갚을 돈을 모두 주자 도장을 찍고 어음을 취소시켜요. 둘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집으로 갑니다.
요셉은 취소된 약속어음을 들고 경희한테 묻자 선자가 엄마한테 받은 시계를 팔았다고 하자 여자가 그런 곳에 갔다는 사실과 이제 자신은 불알도 없는 놈 취급받게 생겼다며 경희와 선자 둘 다 비난하고 있어요. 그리곤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요셉이 두 여자들한테 고맙다는 말도 안 하고 오히려 화를 낸다는 게 너무 어이없었어요.
집으로 온 이삭은 울고 있는 두 여자들한테서 자초지종 얘기를 듣고 요셉이 우리가 여기 올 수 있게 입국 허가증 때문에 빌린 돈이고 선자가 자신의 시계로 그 빚을 갚는 게 안타깝지만 그게 맞다고 자신은 너무 순진했다고 형한테도 잘 말해본다고 하죠. 그 순간 순자는 양수가 터져 산파인 옥자 언니를 불러와요. 옥자는 제주도 출신의 쉰 살 먹은 조선인이었고 남편은 언제나 술에 취해있었어요. 끔찍한 산고를 겪은 후 선자는 길쭉한 사내아이를 출산하고 경희는 산파한테 3엔을 줍니다. 진통이 짧게 끝나 한 밤이 아닌 저녁 준비 시간에 아이가 나와 경희는 아이를 씻기고 이삭한테 아이를 안겨줍니다. 초산인데 저녁 준비하러 집에 갔고 요셉이 퇴근하고 이 일을 알게 돼서 화내고 나가고 이삭이 퇴근해서 이 사실을 알고 그 때 선자의 양수가 터졌는데 산파의 얘기로는 저녁 준비 시간에 애를 낳았다는 게 저는 좀 믿기지 않았어요. 보통 저녁 준비쯤은 오후 4~6시 사이에 애가 나왔다는 말인데 초산부 진통 시간이 6~8시간인데 이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그래서 찾아보니 나이가 젊을 경우 비교적 빨리 낳는 경황이 있다고 해요.
다음 날 아침 이삭이 아침을 다 먹었을 때 외박한 요셉이 집으로 오고 이삭이 남자 아이가 태어났으며 선자를 용서해 달라고 형이 가장이니 아이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죠. 요셉이 노아라는 이름을 지어줘요.
3. 잡혀간 이삭
1939년 오사카 노아가 여섯 살이고 태어난 지 한 달 된 이삭이 아들인 모자수도 있어요. 요셉이 사탕을 사들고 왔지만 집에 아무도 없자 이상함에 교회로 가보니 류 목사와, 후, 이삭이 잡혀갔다고 합니다. 신사 참배할 때 후가 주기도문을 외우는 걸 보고 셋 다 잡아갔고 요셉이 경찰에 갔지만 만나게 해주지 않았어요. 건강이 좋지 않다고 사정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뇌물도 안 받았어요. 경찰은 옷과 음식 등 필요한 물건을 내일 아침에 들고 오라고 하죠.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선자는 아침마다 보리와 수수로 만든 주먹밥 세 개를 경찰서에 넣어줬지만 이삭에게 확실히 전달되는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 요셉은 이삭이 체포된 이후 부모님께 편지 쓰는 일도 그만두고 캐나다 선교사한테 편지를 썼지만 답장이 없었고 새까맣던 머리에서 흰머리가 나며 사람이 달라졌어요.
선자는 요셉이 나가라고 하면 고국에 있는 엄마한테로 돌아가기 위해 돈을 벌 생각을 해요. 그리고 요셉한테 이삭도 아이들 학비를 벌 수 있기를 바랄 거라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요셉이 허락해 줘요. 그렇지만 경희한테는 바깥에서 일하지 말라고 했고 선자와 함께 장아찌 준비는 할 수 있었지만 직접 나가 팔 순 없었어요.
이삭이 투옥된 지 일주일 후 선자는 처음으로 장사를 시작해요. 이삭의 음식을 넣어준 후 김치 항아리를 실은 수레를 끌고 시장에 가서 생닭 파는 곳 옆에 자리를 잡아요. 점심 때가 되자 경희가 선자가 먹을 빵 두 개와 분유에 물을 타서 만든 우유 한 병을 주고 모자수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선자한테로 와요. 그리고 학교에서 온 노아를 봐줘야 했어요
노아는 공부도 잘하고 구릿빛 피부에 윤이 나는 머리카락이었고 입을 제외하면 젊은 한수와 똑같았어요. 모자수는 이삭을 닮았어요.
선자는 무와 오이로 만든 장아찌와 군고구마, 군밤, 삶은 옥수수 등을 팔고 벌어들인 돈을 경희와 똑같이 나누었고 아이들 학비와 고향으로 돌아갈 때 허가증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어요.
모자수가 생후 5개월이 됐을 무렵 선자는 설탕과자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어떤 남자가 와 자신은 김창호이고 쓰루하시 역 바로 옆에 숯불구이 식당을 한다고 소개하죠. 자신은 배추를 구할 수도 있고 김치가 완성되면 가져다 달라고 하죠. 몇 주 동안 담가놓았던 김치를 전부 실어 선자와 경희는 김창호의 식당으로 가요. 경희는 모자수를 업고 밖에서 기다리고 선자는 식당 안에서 김창호를 기다려요.
1940년 4월 선자가 김창호를 만나요. 김창호는 선자와 경희 다 여기 식당 부엌에서 배추를 절여주면 좋겠다고 하죠. 김치와 반찬 등을 만들어주고 재료는 다 제공한다면서 주급으로 35엔 두 사람 다 합치면 70엔이라고 하죠. 요셉은 한 주에 40엔을 벌었으니 둘은 깜짝 놀래요. 그리고 가끔씩 고기도 집으로 가져갈 수 있고 노아가 마칠 때쯤에는 집에 갈 수 있고 모자수를 데려와도 된다는 말을 들어요. 선자와 경희는 재료값을 빼고 나면 한 주에 10~12엔을 벌었고 지난 6개월 동안 닭고기나 생선을 한 번도 먹지 못해 일단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하죠.
저녁을 먹고 경희가 일자리에 대해서 말하자 사실 요셉도 공장 관리하는 일과 그 외의 시간에는 수리일도 하고 있었지만 정기적인 수입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 본점과 분점이 두 개나 되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요.
요셉은 혼자 가장의 역할을 하고 싶었지만 이제 혼자서는 역부족인걸 느끼고 선자와 자신의 부인이 일하는 걸 허락할 수밖에 없다는 걸 느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