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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제주도 7일간의 신혼여행 <결혼식>

by 수호천사1009 202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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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 오는 날의 결혼식

비 오는 날 결혼하면 잘 산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예로부터 비는 농사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였어요. 땅에 영양분을 주어 농작물과 식물을 잘 자라게 해 먹을 것이 풍족해지고 농민들의 삶이 윤택해지게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 그래서 결혼식 날 비가 오면 부부에게도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축복을 내려주는 의미라고 해요.


대망의 결혼식날, 저희는 아침 일찍 호텔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혹시 모를 비에 대비한 우산과 촬영때 필요한 준비물들, 간식들을 챙겼고 특히 저는 드레스 입고 벗기 편하게 편한 원피스를 입고 갔어요.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일찍 웨딩샵에 도착을 했고 저부터 화장을 했어요. 아무래도 남자는 화장이 금방 끝나더라고요. 그리고 헬퍼분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제 머리를 만지기 시작하는데 저는 이 날은 몰랐어요. 전날 꽃집 사장님이 만들어준 생화 헤어핀은 쓰지도 않고 꽃집 사장님이 자투리로 준 꽃으로 만든 헤어핀을 하루 종일 꽂고 사진을 찍었더라고요. 다음날 그 사진들을 보고 좀 속상하기는 했지만 미리 헬퍼분한테 말하지 않은 제 잘못도 있어 그냥 넘어갔어요. 생화 헤어핀을 해오셨다면 그걸 써달라고 꼭 말해야 합니다. 전 날 저녁 꽃집 사장님이 정성 들여 만들어 주셨는데 제일 중요한 날 단 한 번도 써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지만 여러분은 저처럼 이런 실수 하지 않기를 바래요. 아무래도 처음 하는 거다 보니 저도 미흡한 점도 많고 놓친 부분이 많아요.

2. 드레스와 한복 정하기

저는 드레스부터 고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신랑 신부 한복부터 고르더라고요. 저희는 이 옷 저 옷을 대보고 파란 계열의 한복으로 골랐어요. 그리고 신랑 턱시도 두벌을 고른 후 제가 입을 드레스를 골랐어요. 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본 제가 원하는 느낌의 오픈 숄더에 허리 아래부터는 풍성한 느낌나는 드레스 사진을 먼저 보여드렸는데 헬퍼분이 찾아봐주셨어요. 원래는 여섯 벌을 골라서 입어보고 총 두 벌을 픽하게 되는데 이곳 웨딩샵에는 제가 원하는 느낌의 드레스가 다섯 벌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다섯 벌만 입어보았고 신랑이 찍어준 사진을 다시 본 후 상의한 끝에 두벌을 고르게 되었어요. 그땐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처음에 보여준 드레스가 일반 드레스보다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급이라는 거예요. 확실히 일반 드레스보다는 더 화려하고 사진도 잘 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 선택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 처음 드레스가 너무 마음에 들어 프리미엄급 드레스 한 벌과 일반 드레스를 골랐어요. 참고로 프리미엄급은 추가 요금을 따로 내셔야 합니다.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비싸더라고요. 그리고 생각보다 예쁜 드레스가 많지 않아서 비싸도 어쩔 수 없이 고르게 되더라고요. 

웨딩드레스의 최대 단점! 드레스 두 벌 다 등 뒤를 꽉 조여야 해서 숨 쉬기도 불편하고 움직이는 것도 엄청 불편했어요. 또 일반 옷이 아니고 반짝거리는 비즈가 많다 보니 사진엔 예쁘게 나오지만 일상생활에선 절대 못 입겠더라고요. 팔도 거슬리고 따갑고 해서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드레스 한벌은 길이가 길어서 이동할 때도 늘 붙잡고 다녀야 하더군요. 역시 웨딩 촬영은 엄청 힘든 거였어요.

그리고 정말 아쉽고 조금 화가 나는 건 헬퍼분이 이상하리만치 차갑고 냉정하더라고요. 처음 하는 결혼이다 보니 입는 것도 서툴고 움직이는 것도 서툴렀는데 그게 답답해 보이셨는지 은근히 짜증 많이 내시더라고요. 거기다 긴 드레스 입었을 땐 제 왼 팔을 둥글게 말라고 하더니 웨딩드레스를 끝에서부터 막 쑤셔 집어넣는 거예요. 안감도 따갑고 불편하지만 겉감은 정말 미친 듯이 따가워요. 지금 생각해도 굳이 저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차갑고 냉정하게 대하고 배려가 좀 없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본인이야 직업이니 입히고 벗기고 익숙하겠지만 처음 하는 저희 같은 사람은 잘 모르고 어색하잖아요.

 

3. 둘만의 결혼식

저희가 웨딩촬영하는 날은 제주도에 비가 온다고 되어있었어요. 제주도 가기 전부터 사진작가님이 날짜를 미루면 어떻겠냐고 전화 주셨지만 저희는 절에서 좋은 날을 받은 터라 다른 날로 미룰 수가 없었어요. 더 다행스러운 건 작가님이 미루자고 하신 다음날은 제주도 전역에 하루 종일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답니다. 미리 예상했던 건 아니지만 저희는 그대로 강행했고 그것이 신의 한 수였답니다. 저희가 호텔을 나서는 순간부터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어요.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고 옷을 고르고 난 후 작가님이 도착하셔서 작가님과 컨셉에 대한 상담을 하고 나서 출발할 때까지도 비가 계속해서 많이 내렸어요. 그래서 우선은 작가님 스튜디오에 먼저 가서 실내 촬영을 하고, 그 후에 비가 그치면 야외로 나가서 촬영하기로 했어요. 원래 스튜디오 촬영은 추가 비용 30만 원이 더 추가되지만 저희는 비가 오는 특수한 상황이라 비용이 따로 발생하지 않았어요. 첫 촬영부터 비 맞으면 저희야 어쩔 수가 없지만 사진작가님과 헬퍼 분도 힘들잖아요. 우산 쓰고 촬영하는 컨셉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나중 돼서는 저희도 지치고 표정이며 몸 상태며 안 좋아져서 좋은 사진을 건지기 힘들다고 해요. 그래서 스튜디오에 먼저 가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비가 서서히 그치기 시작해서 스튜디오 바깥에 있는 예쁜 오두막에서도 촬영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저희 둘만의 결혼식을 진행했어요. 작가님께는 미리 양해를 구했고 작가님도 흔쾌히 응해 주셨습니다. 거기다 센스 있게 저희 둘만의 결혼식 진행할 때 사진도 따로 찍어 주셨고 본의 아니게 결혼식의 증인도 되셨지요.^^ 신랑이 미리 준비해둔 결혼 서약서를 함께 읽으면서 작지만 소소한 둘만의 결혼식을 했답니다. 그 후 신랑이 개인적으로 준비한 편지도 읽어줬는데 이때 정말 감동받았어요. 저에게 평생 의지할 사람이 되어준 신랑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 하고 싶어요.

 그렇게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야외 촬영에 들어갔어요. 작가님이 말해주신 곳으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다시 메이크업도 수정하고 헤어도 손본 후 예쁘게 사진을 찍었답니다. 처음 간 곳은 새별오름인데 억새풀이 길게 자라난 데다 안개가 살짝 껴서 운치 있고 너무 좋았어요. 보정 전 사진을 받아보았는데 사진도 정말 예쁘게 잘 나왔더라고요. 두 번째 간 곳은 이시돌목장 근처의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찍었는데 이곳 사진이 정말 베스트 였어요. 날도 흐리고 나무도 우겨져서 좀 어두운 상태라 사진이 잘 나오려나 했는데 이곳 사진이 정말 분위기 있고 짙은색감으로 잘 나왔더라고요. 보정용으로 보낼 사진 고를때 이곳에서 찍은 사진의 비율이 다른 곳 보다 조금 더 많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많이 찍었답니다.

마지막으로 간곳은 서귀포 쪽에 위치한 박수기정 근처입니다. 이곳에서 한복으로 갈아입고 촬영을 했는데요. 이때부터 서서히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촬영을 도와줬어요. 드레스 입었을 땐 최대한 바람이 안 부는 게 좋다고 작가님이 말씀하셨는데, 반대로 한복 촬영 땐 바람이 잘 도와줘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운이 정말 좋게도 바다에 간 후부터 하루 종일 잘 불지 않던 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어요. 서둘러 한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도 5:5 가르마도 타고.. 5:5 가르마는 정말이지 어색하고 민망했지만 한복 촬영의 묘미는 가르마에 비녀가 아닐까요. 조금만 버티자 라는 마음으로 촬영에 들어갔고 바람이 잘 도와줘서 예쁜 사진 정말 많이 찍었어요. 촬영 막바지가 되자 다시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서둘러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그때부터는 굵은 빗방울이 내리더라고요. 정말 정말 운이 좋았던 날이었어요. 한복 촬영 때는 비 오면 한복에 빗방울이 티가 너무 많이 나서 포토샵으로 정리하기도 힘들다고, 망한 거라고 작가님이 말씀하셨었거든요.

 그렇게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비도 오고 차가 밀려 1시간 20여분이 걸렸고 저희는 둘 다 코 골면서 뻗었지요. 안전 운전해주신 택시기사님 덕분에 무사히 호텔로 돌아왔고 씻고 나서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저는 노곤 노곤해진 몸으로 결혼 첫 날밤도 잊은 채 침대에 몸을 파묻고 잠들어 버렸답니다.^^; 신랑도 마찬가지로 너무 지쳐서 저희는 세상모르게 푹 잘 잤답니다. 

 

생각보다 길어진 글에 저 또한 당혹스럽네요. 이렇게나 할 말이 많았다니.^^;

웨딩 촬영과 결혼식은 살면서 처음 하는 거라 잘 모르고 서툴고 어색했지만, 반대로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기쁜 날이 되었습니다. 신랑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신나고 즐거웠지만 이 날 만큼은 더 의미 있고 진중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었어요. 비록 북적이고 시끌벅적한 결혼식이 아닌 저희 둘만의 작고 소소한 결혼식을 올렸지만 이날만큼은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고 기쁜 사람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직도 이날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기는 저의 가장 기쁜 날의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리기 돼서 기쁘고, 읽어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입니다. 다음에도 작지만 소소한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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