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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노웨딩, 그 마무리

by 수호천사1009 2022.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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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정으로 (feat. 이바지 음식)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행사를 마무리 지으며 겪었던 이야기를 해드리려 해요.

저도 처음 들어본 이야기인데, 부부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당일, 부부는 바로 처갓댁에 가서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하룻밤 자고 가는 의식(?) 같은 게 있더라고요. 울산으로 돌아오는 날 저희는 공항에서 바로 제 친정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날이 평일이라 오후 늦게되서야 친정 엄마가 퇴근하시기 때문에 저희는 우선 집으로 돌아와 짐 정리와 세탁을 하고 한숨 자고 오후 6시쯤 친정집으로 갔어요. 엄마가 퇴근하자마자 혼자 바쁘게 준비해야 하는 게 안쓰러우셨는지 똑같이 직장 생활하시는 큰 이모, 작은 이모가 일 마치고 오셔서 같이 도와주셨데요. 저희 큰 이모가 또 요리 실력이 엄청 뛰어나시고 손맛도 좋으시거든요. 예전에 큰 이모네 아들이 결혼하고 나서 인사차 방문했을 때 엄마 따라 큰 이모집에 갔던 적이 있는데요, 커다란 생선에 다양한 색의 채소들로 데코를 해놓으신 게 예술작품 같기도 한 데다가, 맛까지 너무 좋아서 엄청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게다가 엄마는 이바지 음식까지 준비해야 해서 걱정이셨는데 큰 이모와 작은 이모가 적절한 시기에 도와주러 오셔서 이바지 음식도 예쁘고 맛있게 준비하실 수 있었다고 해요.

이바지 음식은 신부 쪽에서 신랑 쪽에 보내는 예를 갖추고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으로, 신랑 신부를 맞이하는 양가에서는 큰상을 차려 이들을 축하하고 상에 올린 음식을 사돈댁에 보내는 풍습이라고 합니다. 그러던 풍습이 시대 변천에 따라 차츰 사라져 가면서, 예물 음식으로 주고받는 풍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요. 또 이바지 음식을 보고 신부댁 음식의 맛, 간, 모양새 등에 대해 시어머니가 앎으로써 새 며느리의 음식 훈련에 참고로 하였다고 해요.이처럼 서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란 이유로 좋아하는 음식의 맛이 틀리기 때문에 양가의 음식 맛을 알아보고 서로 맞추어 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이바지 음식의 구성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어요. 예전에는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상대의 집안으로 보냈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바지 음식 전문 업체에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도 유명한 이바지 음식 전문점에 전화를 하니 문어와 전복, 고기에 과일 몇 가지 등을 추가하니 기본이 80만 원가량 나오는 거예요. 처음부터 허례허식은 다 없애기로 했던 그 마음 그대로 밀고 나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시어머님께서도 친정 엄마가 일하시느라 바쁘시니 따로 준비하지 마시라고 하셔서 엄마에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뒀어요. 그렇지만 엄마들 마음은 결코 그렇지가 않은가 봐요. 하나뿐인 딸 결혼시키는데 혹시라도 처음부터 흠 잡힐까 엄청 신경 많이 쓴 모습을 보며 좀 울컥했어요. 결혼 전에는 괜찮았는데 신혼여행 다녀와서 친정집에 갔을 때, 문턱을 넘자마자부터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다들 결혼하면 철든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런가 봐요.

 

그렇게 처음으로 처가에 방문해 어색하고 식은땀까지 흘리는 신랑을 데리고 친정집에 들어섰어요. 큰 이모와 작은 이모, 그리고 평소에는 잘 입지도 않는 외출용 예쁜 원피스를 집에서 입은 친정 엄마가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외출용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엄마를 보니 웃기면서도 사위한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보여 울컥하는 마음도 들었어요. 이래서 다들 친정엄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는가 봐요.

그리고 엄마가 저 신혼여행 가있는 동안 경주 할머니 댁 뒷산에서 주운 도토리로 직접 묵을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별로 좋아하지 않던 음식이지만 이건 도토리 100%라 색도 진하고 맛있더라고요. 문어도 질기지 않게 잘 삶아졌고 갈비 또한 일품이었어요. 모르는 건 요리책을 보고서라도 배워서 정성스럽게 준비했다는 사랑 가득한 음식을 보니 또 울컥했어요. 그리고 저희 불편할까 봐 그 많은 음식을 차려놓고도 한사코 저희 둘만 먹으라고 하는 거예요. 같이 먹어도 되지만 이런 사소한 배려에 저희 가족이지만 너무 멋졌어요. 그렇게 저희는 저녁을 배불리 먹고 다 같이 과일을 먹으며 비싼 양주도 좀 먹었답니다.

2. 엄마의 사랑

저도 혼자 자취하느라 오랫동안 본가에 안 갔는데, 저희 결혼하고 처음 오는 거라고 엄마가 좋은 이불을 사놨더라고요. 그 이불에서 꿀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어요. 평소에 새벽 4시면 일어나시는 엄마가 조심스레 아침 식사를 준비하셨나 봐요. 준비하시는 소리에 신랑과 제가 깼는데, 저는 더 자고 싶어 뒹굴거리고 있고 신랑은 덩달아 일찍 일어나서 장모님 도와서 준비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이서방 더 자게~하시면서 제 옆으로 들여보내 주시더라고요. 결국 아침상도 엄마 혼자 다 차렸어요. 엄마란 사람은 참 대단한 거 같아요. 게다가 더 놀랬던 건 새벽 4시에 깼지만 저희 깰까 봐 TV도 키지 않은 채 7시까지 기다리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저희 엄마 대단하고 고마웠어요.

그렇게 아침을 배불리 먹고 신랑과 친오빠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저와 엄마는 사과와 샤인 머스켓 등 이바지 때 보낼 과일 등을 사 왔어요. 엄마가 5가지 반찬은 해야 한다며 예쁜 그릇까지 사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담고 떡과 밤, 고구마 등 저희가 먹을 음식도 엄청 많이 챙겨주셨어요.

이렇게 예쁘고 정성스레 준비한 이바지 음식을 시어머님 댁에 무사히 가져다 드리고 돌아오면서 다시 한번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어요. 다들 결혼 전부터 철들 들자구요!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

 

 

 

 

 

 

3. 시댁으로

시어머님이 주말에도 일을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저녁에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어요. 결혼하기 전부터 신랑 데리고 가서 먹고 싶었던 장어집을 예약하고 드디어 가게 되었어요. 울산 북구 명촌에 있는 홍장어 구이의 영업시간은 낮 1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이고 전화번호는 052-282-3392입니다. 배달의 민족에서 배달도 가능하다고 해요.

장어는 고단백질에 바다의 스태미나 제왕이잖아요. 장어가 스태미나 식품이 된 것은 가죽을 벗겨 내도 한참 동안 살아서 꼼지락 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힘이 좋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맛있는 반찬들과 한 번 초벌 된 자연산 바닷장어가 나오는데 초장 느낌 나는 소스와 간장소스 느낌 나는 소스 2가지가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초장 맛이 좋아서 초장만 계속 찍어 먹었답니다. 신랑이 살이 두툼한 장어를 구워줘서 한입 먹었는데,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아요. 홍장어 18만 원어치 먹었을 정도로 배부르고 맛있게 먹었어요. 식사하면서 어머님께 신혼여행 다녀온 이야기도 해드리고 앞으로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 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어머님도 약주 한잔 하시면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큰 사랑이 느껴질 정도로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식사하는 내내 엄청 즐거웠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사 온 어머님 선물과 신랑 누님 선물을 같이 드렸어요. 형님께서 지금 다른 지방에 계셔서 함께 하지 못해서 좀 아쉬웠어요. 저희 형님도 어머님 못지않게 저 예뻐해 주시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사주시며 좋은 말 많이 해주시는 아주 좋은 분이세요. 어머님께서 연신 고맙다고 해주셔서 뿌듯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답니다.

 

노웨딩의 마무리 이야기, 오늘로써 저희 결혼에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는 모두 끝나게 되었어요. 준비하면서 끝날 때까지 근 한 달 반의 여정이 끝이 나게 되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모든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게 신기하네요. 허례허식은 없애고 약소하고 간단하게 진행하려 했던 웨딩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고 많은 일들이 있었으며 나아가, 예상보다 지출이 더 많았으나 예상보다 받은 사랑과 마음이 훨씬 더 컸던 웨딩이었어요. 둘이 결정하고 진행한 일이지만 내 일처럼 도와주시고 축하해주시고 덕담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부족한 점도 많고 서툴지만 저희 부부 둘이서 함께 잘 헤쳐나가리라 생각해요.

주저리주저리 길어진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또 한 번 감사 말씀드리고, 오늘보다 더 행복한 내일이 되시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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